중동ㆍ중앙아시아 5개국순방을 마치고 6일 워싱턴에 돌아온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귀국 보따리는 기대만큼 불룩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순방국인 구 소련의우즈베키스탄이 미국지원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대통령이 5일 럼스펠드 장관과 회담을 갖고 수도 타슈켄트에서 500km 떨어진 하나바드 옛 소련 공군기지의 사용을 허용한 것은 미국이 처음으로지상군 투입의 전진기지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지상군 투입 루트로 유력시 되던 파키스탄이 국내 정정불안으로 배제된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맞댄 나라 중 기지제공을 약속한 나라는 우즈베키스탄이 유일하다. 미국은 즉각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제10 산악사단 병력을 전진 배치했다. 우즈베키스탄은물론 기지사용은 아프간에 대한 공격행위가 아닌 구조ㆍ수색활동에 국한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현재 대미 태도로 미루어 이 같은단서의 재협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차제에 미군의 장기주둔을 포함한 미국과의 군사협정 체결까지 기대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그 정치ㆍ외교ㆍ군사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우선 대미 관계 강화를 활용, 러시아의 영향력을 위축시키는데 관심이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수출시장 등 대미 경제협력을 통해서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우즈베키스탄엔 언제든 ‘탈레반화(化)’할 수 있는 이슬람 등종교적 극단주의 세력이 있고 이미 수 천명이 투옥됐다는 점도 카리모프 대통령이 미국을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대목이다.
우즈베키스탄에 비하면나머지 4개국 순방 결과는 신통치 않다. 사우디는 이슬람국인 아프간 공격을 위한 기지사용은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오만은 공중 재급유, 정찰활동만을 허용했을 뿐이다. 이집트는 물론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에서조차도 럼스펠드 장관은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기 보다는 각국이 최선을 다해 도우면 된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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