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사태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우려가 높아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어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7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초반까지만해도 시중 저금리현상 지속으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회사채에 관심을 돌리면서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는 물론 저등급(BBB급)회사채까지도활발하게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일부 우량 대기업의 회사채 외에는 거래가 실종됐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총 350여개사의 회사채 가운데 현재 거래되는 회사채는 우량그룹 계열사와 일부 BBB급 기업(대한항공,현대산업개발, 두산그룹) 등 30여개에 불과한 상태며 나머지는 거래가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시중 자금은 회사채시장에서 발길을 돌려 은행의 요구불예금,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상품으로만 몰리고 있다.
■BBB급 중견그룹 심각
7월이후 D그룹, H그룹, K그룹 등 중견그룹 회사채(BBB급)는 비교적 활발하게 거래됐으나 지난 달 중반 이후에는 팔자 물량만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회사채 유통이 끊기자 회사채 차환 발행을추진했던 이들 기업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D그룹 관계자는 “10월 중순까지 돌아올 회사채는 그동안 확보해 놓은 자금으로 막을 수 있으나 그 이후 물량에 대해서는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이 달부터 연말까지 도래할 회사채는 총 17조3,472억원규모. 이중 BBB급은 5조2,562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효율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흑자 도산하는 중견기업이 속출할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테러사건 후 은행예금 13조원 폭증
미국 테러사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은 저금리에도 불구,은행으로 몰리는 자금이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1일부터 11일까지 늘어난 은행 실세총예금은 2조,2196억원이었으나 테러 사건(11일)이후 27일까지 증가한 예금은 무려 13조3,559억원에 달했다.
향후 경기상황이 워낙 불투명하다보니 자금의 단기부동화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 예금은 요구불예금과 6개월미만 단기 저축성예금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투신사의 경우 테러 사태 이후 장기채권상품은2,448억원 증가한데 비해 단기채권상품은 2조1,212억원, MMF는 3조5,324억원 증가했다.
정희전(鄭熙全) 한은 통화운영팀장은 “향후 세계 경기는 미국의 보복 수위와 아프간 주변 이슬람국가들의 움직임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업계는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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