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맹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지난해 처음으로 오페라에 출연해 화제가 됐었다.‘라보엠’의 로돌포 역이었다. 앞못보는 가수가 주인공을 맡은건 분명 평범한 사건이 아니지만 관객이 원하는 건 그의 노래이지, 시력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저는 테너 최승원(40)이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한강오페라단이 9~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는 ‘라보엠’의 로돌포로 9일과 12일 두 차례 출연한다. 지팡이를 짚고 나와 보헤미안 시인의 사랑을 열연한다.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그는 예술가곡이나 오라토리오를 불러왔다.
몸이 불편한 그로서는 장시간 노래뿐 아니라 연기도 해야 하는 오페라는 접어둔 꿈이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랬다.
미국 유학 전 지도교수들은 그에게 오페라는 안되겠고 콘서트 가수가 되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달랐다.
UCLA의 스승 헤르타 그라츠는 “너는 오페라 가수의 목소리를 가졌다. 청중은 너의 노래를 듣기 원하지 너의 몸을 보려고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페라 가수가 될 것을 강력히 권했다.
오페라를 배운 지 1년 만인 1993년 , 그는 ‘꿈의오페라 무대’로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함으로써 타고난 자질을 입증했다.
그 뒤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라보엠’ ‘타메를라노’ 네 편의 오페라로 뉴욕타임스 등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이제야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게 된 것은, 장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국내 오페라 데뷔는 꼭 ‘라보엠’으로 하고 싶었어요. 로돌포는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미미를 잃어버리지요. 그런 현실을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로돌포의한이 꼭 제 것처럼 느껴집니다. 열린 마음으로 장애인이 아닌 음악가 최승원을 봐주십시오.”
이번 공연은 그가 오페라 가수로 거듭나려는 야심찬 도전이다. 이를 위해 석달간 이탈리아에서 성악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음악감독 제임스 레바인은 그에게 ‘라보엠’ 출연을 요청했고,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음악감독인 ‘빅 쓰리 테너’의한 한 사람 플라시도 도밍고도 내년 시즌 오페라를 위한 오디션을 제안했다.
이번 무대는 연극배우 유인촌의 오페라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출연 최승원 김희정박현준 곽신형 이강호 이승희 변병철 류현승 전영대 임철민 등. 지휘 마르코 베레타. 반주 프라임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30분ㆍ7시 30분. (02)581-0041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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