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참사를 논의한유엔 총회가 지난 주말 뚜렷한 성과없이 끝났다. 닷새에 걸친 토론에 직접 참여한 167개국 대표 대부분이 미국민을위로하고 테러 행위를 비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담은 결의안은 제3세계 회원국들의 반대로 채택되지않았다.이들은이번 테러의 범인이 누구인지에 이견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반 테러 국제 연대가 미국의 적을 공격하는 수단이 될것을 경고했다.■유엔 총회는 국제 사태 흐름에별로 영향력이 없다.그러나강대국이 지배하는 안보리에 비해 그야말로 범 세계적인 다양한 입장이 개진된다는 점은 여전히 의미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 테러리즘의정의부터 분명히 하자고 요구한 제3세계의 주장은 경청할 만 하다. 세계가 뉴욕 테러를 비난하고 있다지만, 과연 모든 테러가 사악하고국제적 응징을 받아 마땅한지 의문을 갖는 이들 또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폭력을 악으로 규정한다면테러도 동기에 관계없이 비난받아야 한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낳는테러는 더욱 그렇다.그러나되돌아 보면 정의를 표방한 숱한 저항 운동과 정치 투쟁이 테러를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 가깝게는 만델라의 반 인종차별투쟁이 그랬고,유대시오니즘의 이스라엘 건국 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도 이민족의 핍박에 맞선 숱한 소수 민족이 약한 자의 무기 테러를정의 구현 수단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흔히 이런 투쟁을 반공과 민주, 자유와 인권을 위한다며 지원했다.
■미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위한 국제 연대에 러시아까지 끌어 들였다. 러시아가 체첸 반군의 테러 척결을 명분으로 전쟁을 벌인 것을 비난하던것과 딴판이다.또아프간 공격에 이용하려는 파키스탄은 인도 카슈미르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투쟁에 최대 후원자다. 테러와 대 테러 전쟁의 선과악을 가르는 기준은 이렇게 모호하다. 아프간 주민에게 식량을 공중 투하하는 것으로 그 모호성을 덮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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