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4일 하원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미국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그 증거를 요약한 정부 보고서를 공개했다.블레어 총리는 “정보에 따르면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테러 직전 9월10일까지 아프가니스탄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혀 다음 날 중요작전이 예고돼 있었음을 시사한 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빈 라덴의 측근 1명이 자신이 이 사건 모의를 도왔고 알 카에다가 연루됐음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테러 참사의 책임’이라는제목의 보고서는 빈 라덴이 사건 직전 미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곧 감행할 것을 암시했으며, 여객기 납치범 19명중적어도 3명이 빈 라덴의 조직원으로 밝혀졌고 1명은 1998년 탄자니아와 케냐 미국 대사관 폭파, 지난해 구축함 콜 공격 사건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던 점 등을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준비와 대량 살상, 자살폭탄 방식, 동시다발 공격 등 알 카에다가 그동안 저지른 테러들의 ‘특징’이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증거들을 토대로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외에는 이번 사건을 저지를 만한 동기나 능력을 갖춘 조직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상당수가 이미 알려졌거나 추정 수준의 정황 증거들이고 관련인물의 이름이나 정보원, 세부 사항 등도 공개되지 않아 ‘확증’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보다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들이 있지만 보안상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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