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이튿날인 4일 오후 8시께 서울의 상습 교통정체구역인 성북구 길음동 미아고가차도 입구.시내버스가 버스전용차로에서 1차선으로 진입할 때 초래하는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설치된 버스게이트가 정지신호를 보내지만 이를 거들떠보는 자가용 운전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몇몇 차량이 버스게이트 정지신호에 머뭇거리다 이내 뒷차량의경적소리에 놀란 듯 서둘러 가속기를 밟는다. 옆 차선에서 끼어든 한 차량은 무슨 그런 신호까지 지키느냐는 듯 앞서나갔다.
시범 실시된지 2년6개월이 지난 서울시 버스게이트 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버스게이트 시스템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버스와 직진ㆍ우회전하는 일반 차량이 서로 얽히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1999년 2월 도입한 것.
당초에는시내 전역으로 확대 실시하기 전에 미아고가차도 입구와 동소문동 교차로 2곳에 시범 설치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혼잡을 야기한다는 불평에 시범지구중 한 곳인 동소문동 교차로 버스게이트는 지난해 폐쇄됐다.
미아고가차도 입구 버스게이트 시스템도 이미 철거돼야 하지만 서울시는 ‘나몰라라’는 식으로 계속 운용중이다.
버스게이트 앞 정지선은 도색이 지워져 잘 보이지도 않고, 전방120㎙에 설치된 버스게이트 예고 표지판은 절반 이상이 가로수에 덮여 눈에 띄지도 않는 실정이다.
개인택시 운전사 김모(54)씨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 버스게이트 시스템을 서울시가 고집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버스게이트 시스템 운용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그려진 고가진입 차선에 대한 시민의 불만도 크다. Y자형 미아고가의 종암동쪽 진입부분은 1,2차로의 교차진입이 이뤄지도록 차선이 그려진 반면 길음동쪽 진입구는 1차로에서만 진입하도록 차선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곳의 악명 높은 퇴근길 정체 때 고가진입을 1차선만으로 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많은 이용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차선을 무시한 채 고가 입구에서 1,2차로의 교차진입을 당연시하고 있다.
단지 차로 변경이 금지된 실선을 넘어야 하기에 운전자들은 양심의 부담을느낄 뿐이다.
박규섭(33ㆍ강북구 미아4동)씨는 “왜 지킬 수 없는 신호등과 차선으로 애꿎은 시민을 위법자로 모는지 모르겠다”며 “효과가 없으면 폐지하거나 개선해야지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는 버스게이트 정책의 실패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는 듯하다. 담당 공무원은“정체에 시달린 운전자들이 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횡단보도와 버스정지선을 일치시키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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