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예정된 프로야구 최대의 가을잔치인 포스트시즌이 프로야구 20년 사상 처음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선수들의 노조격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외국인선수들을 줄이지 않을 경우 포스트시즌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1998년 용병제 도입 후 국내 야구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는 그 동안 야구인들 사이에 심심찮게 거론돼왔다. 한 고교야구감독은 “선수들이 용병들의 단골 포지션인 외야수는 가능하면 하지않으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선수들 주장대로 용병제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8개구단 용병 24명에게 지불되는 연봉은 국내 1군 선수 200여명의 전체 연봉과 맞먹는 53억원. 아마야구 투자에 인색한 각 구단이 용병 영입에는 거액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비용을 감수하며 굳이 용병제를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속 사정을 선수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익숙해진 야구팬들의 눈 높이에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컸고 실제로 나름의 효과를 봤다.
따라서 용병제 운용의 문제는 국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차분하게 논의해야지 극한 투쟁에 나설 만한 사안은 아니다. 포스트시즌을 기다려온 팬들로서는 선수들의 경기거부 사태가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팬들을 외면한 프로야구는 생존할 수 없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는 95년이후 처음으로 관중이 늘어났다. 선수협 사태에 대해 포스트시즌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는 팬들의 쓴 소리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당연한 지적이다.
메이저리그도 94년 선수노조 파업으로 포스트시즌이 취소되는 바람에 이듬해 관중이 20%나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프로야구가 모처럼 부활의 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 스스로 잔칫상을 차버려선 안된 다는 것이 팬들의 바람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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