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월드챔피언십 1라운드는 LPGA투어 트로이카에 왜 박세리가 포함돼야 하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해 준 한 판이었다.과거 박세리는 정확한 샷이 무기인 아니카 소렌스탐과 만날 때 마다 제 페이스를 잃곤했다. 오죽했으면 1라운드조편성이 발표되자 삼성전자 관계자가 “흥행에는 유리하고 박세리에겐 불리하다”고 걱정했을까.
하지만 이날 박세리는 마치 다승 및 상금왕을 빼앗겠다는 듯이 소렌스탐을 거세게 코너로 몰고 갔다.
전반 9홀중 가장 까다롭다는 8번홀(파4ㆍ402야드). 세컨드샷이 해저드를 간신히 통과해 나무 밑 러프에 빠지자 박세리는 절묘한 트러블 샷으로 볼을 핀 8㎙ 옆에 떨어뜨린 뒤 파로 마무리했다.
이에 당황한 듯 소렌스탐은 평범한 3㎙ 파 퍼팅을 어이없이 놓쳐 희비가 엇갈렸다. 15번홀(파3ㆍ163야드). 박세리가 6㎙ 내리막 퍼팅으로 3번째 버디를 낚자 소렌스탐은 비슷한 거리에서 3퍼팅만에 가까스로 홀아웃했다.
경기후 박세리는“이상하리 만큼 소렌스탐이 예전같지 않았다. 나에겐 아직 기회가 많기 때문에 소렌스탐과의 다승왕 경쟁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여유까지 보였다. 2언더파로 공동선두로 나선 박세리와 1오버파로 공동 7위에 그친 소렌스탐.
이날 박세리는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모습을 과시, 그동안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혀온 ‘소렌스탐 콤플렉스’를 벗어 던졌다. 팬들에게도 소렌스탐을 주눅들게 할 만큼 뛰어난 골퍼라는 인상까지 심어주었다.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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