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전성시대다. 이젠 정치판에서도 조폭의 말을 자주 듣는다. 조직폭력을 줄인말, 조폭이란 어휘 자체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람들 조차 생긴다. 왜 이런 풍조가 만연했는지 그 배경을 살펴야 하겠지만, 그 보다 시급한 것은 이쯤에서 조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조치다.■정치판에서 조폭이란 말이 본격 등장한 것은 이용호 게이트. 이 사건에선 조폭이 주인공 버금가는 조연으로 등장하고, 조연을 매개로 권력실세와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여럿 오르내린다. 정치판에서 정치깡패의 활극을 감상한 적은 더러 있으나, 권력을 대상으로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차원 높은 조폭의 활약상을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
■과거 정치깡패들은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정치테러와 선거부정 등에 개입하고 그 대가를 챙겼다. 57년 장충단 야당집회 방해사건, 60년 4ㆍ18 고대생 습격사건은 물론, 3ㆍ15 부정선거의 부정한 짓들은 모두 깡패들이 도맡았다.
이정재 임화수 등이 정치깡패들을 지휘했으나, 배후에는 당시 정권의 2인자 이기붕이 있었다. 이정재 임화수는 5ㆍ16직후 혁명재판부에 의해 교수형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정치테러는 용팔이 사건으로 알려진 87년의 통일민주당창당 방해사건. 이 사건의 배후도 5공 정권이었다.
■조폭이란 말은 70년대 중반 범 호남파가 회칼을 들고 명동을 평정하면서부터 생겼다는게 정설이다. 조폭은 건달생활을 하는 깡패와 달리 회사를 차리는 것이 특징. 기업형 조직을 갖추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돈을 번다.
그 조폭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걸쳐 놓고 있음이 이번 이용호 게이트에서 드러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치인들이 조폭을 끌어 들였는지, 조폭이 정치쪽에 다가갔는지는알 수 없으나,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도 아닌데 정치와 깡패가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수상쩍기는 하다.
이러한 때,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조폭의 발호를 우려하고, 정부측에 대대적 소탕작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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