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서나 사격에서나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지요.”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붐비는 도심을 뚫고 서울 태릉 클레이사격장을 찾은 박암석(59ㆍ사업)씨는 16년째 총을 잡고 있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사격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박씨의 지론이다.
박씨가 오랫동안 즐겨온 것은 겨울 수렵. 그런 그가 수렵을 그만두고 3년전 클레이사격을 시작했다. 순간 집중을 요하는 수렵과는 달리 한 번 클레이사격장에 가면 보통 3라운드(1라운드 25발)씩 쏘기 때문에 집중력은 물론, 2시간 이상 표적을 주시할 수 있는 지구력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규격 사격장의 경우 지름 11㎝의 진흙으로 만든 피존(pigeon; 클레이사격의 표적, 과거 수렵에서 비둘기가 주 사냥감이었던 데서 연유)이 튀어나오는 고도와 각도가 128군데로 다양하고 시속 60~90㎞로 비행한다.
때문에 한번 사선에 서면겨울에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언제 어느 쪽에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피존을 연속으로 산산조각 낼 때의 즐거움은 다른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요즘도 1주일에 2~3번씩 사격장을 찾는 박씨의 5라운드 평균 점수는 125점 만점에 90~110점.
“3만발 정도 쏘아봐야 내가 어떻게 저 표적을 맞추었는지 혹은 왜 못 맞추었는지 알게 됩니다” 라는 박씨는 “사격에 열중하다 보면 옆 사수의 총성이 들리지 않는 무아지경에 빠진다”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클레이사격이 레저스포츠로 본격 자리잡은 것은 1990년대. 다소 부정적으로 비춰지던 수렵 인구를 흡수하며 세를 불려가다가 차차 일반인의 높은 관심을 받게됐다.
요즘은 사격장을 찾은 사람들의 20%가 여성이고, 일반인을 위한 친선대회도 연 10회일 정도로 보편화됐다. 총의 무게가 3.8㎏으로 가벼운편은 아니지만 총구가 두개인 쌍대식(雙臺式)이라 재격의 기회가 있어 외발식인 공기총보다 명중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초보자는 1주일에 1번씩 3개월 정도 아메리칸 트랩에서 연습하면 정식트랩에서 쏠 수 있다. 아메리칸 트랩은 피존의 발사각이 0, 15, 45, 90도로 고정돼 있고피존의 비행속도가 시속 40㎞ 정도라 초보자에게 적합한 코스이다.
80% 정도의 명중률이면 정식 사선에서 트랩, 더블트랩, 스키트 등의 경기를 할 수 있다. 클레이사격은 모든 경기가 6인 1조로 사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사격을 한다. 트랩은 125발을 쏘는 경기로 사로당 피존이 1개씩나온다. 더블트랩은 사로당 2개의 피존이 나오며 150발을 쏘는 경기다.
피존이 정면으로 발사되는 트랩과 더블트랩에 비해 좌우측에서 피존이 날아오는 스키트는 가장 고난도의 경기. 사수가 8군데의 사대를 옮겨가며 사격을 한다. 사로마다 각도가 높은 피존과 낮은 피존이 2개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을 요구한다. 정식 경기는 트랩-더블트랩-스키트 순으로 진행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총기등 장비대여 2만원대
클레이사격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서울 태릉의 국제 종합사격장을 비롯해 전국 6개소이다. 이탈리아제(페라치, 베레타)나 일본제(미로구) 등을 최상급으로 치는 총기는 보통 3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이지만 사격장에 가면 총기, 사격조끼, 귀마개, 실탄, 고글 등을 모두 대여해 주기때문에 일반인들이 즐기기에 큰 부담은 없다.
1라운드 25발을 기준으로 한번 사격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각종 장비 대여, 레슨비를 포함해 1만6,000~2만8,000원선. 총기를 구입한 후 대한사격연맹에 연회비 10만원을 내고 선수등록을 하거나 사격장 회원에 가입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수렵생활을 했던 인류의 핏속에 잠재해 있는 사냥의 욕망을 한나절 동안 채워주는 비용치고는 그다지 비싼편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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