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더 블랙박스/네이선 로젠버그 지음/아카넷 발행‘기술’은 이제 기업의 경영자를 목마르게 하는 단어가 됐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 단어는 그러나 지금껏 ‘공학’이라는학문의 영역에 속한 것이었다. 많은 경제학자는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관심사에 끌어들이기를꺼렸다. 기술혁신과 경제와의 관계는 블랙박스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스탠포드대 교수 인네이선 로젠버그(74)의 ‘인사이드 더 블랙박스’는 블랙박스 안에 담겨 있던 기술 진보의 문제를 꺼내 하나의 경제 현상으로 구축한 연구서이다.
로젠버그는 공학적 관점에서 기술을 연구하는 대신 경제학의 분석도구를 갖고 다루었다. 그는 그러나 복잡한 수리적 경제모형을 분석틀로 내놓지 않는다.
그는 풍부한 사례 연구를 통해 기술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경제학에서 기술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로젠버그는 항공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분석하면서, 기술 진보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역할을 연구한다.
또 영국의 사례에서 기술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위한 조건을 고찰하고, 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문제를 탐구한다.
미국 경제의 산업 구조를 분석하면서 그는 한 산업에서 일어난 기술혁신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나아가 한 분야의 혁신은 다른 분야의 혁신이라는 도움 없이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기술의 차이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설명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부분이다.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의 근간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로 들린다. 로젠버그는 이 당연한 얘기를 학문의 범주로 끌어들여 체계화했다.
그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도를 했고, 그것은 오늘날 경제학에서 각광을 받는 이론이 됐다. 로젠버그가 개척한 것은 ‘기술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였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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