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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대전/ "파는 지뢰밭" 美황급히 발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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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대전/ "파는 지뢰밭" 美황급히 발빼

입력
200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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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미국에 지뢰밭인가.'아프가니스탄 공격의 교두보로 간주됐던 파키스탄의 정정이 갈수록 불안해져 미국이 당초 구상한 군사기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섰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3일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파키스탄으 정치적으로 취약한 사회로,우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 외에는 부담을 주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아프간 공격때 파키스탄 군사기지 사용을 최소화할 방침임을 밝혔다.이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파키스탄 포용정책에 나섰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정 불안의 여파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파키스탄의 이슬람 과격세력들은 아프간을 공격하면서 지하드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고 이들이 '행동'에 나설 경우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지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MS NBC?z 미국이 경제제재 해제 등 각종 당근을 제공,파키스탄 포섭에 성공했으나 발을 들여놓고 보니 '지뢰밭'임을 뒤늦게 깨달은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토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무력 집권데 애한 '면죄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최근 BBC와의 회견에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공언한대로 내년 총선을 실시,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샤라프는 국내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해 유일한 버팀목인 군부가 등을 돌릴 경우 개인적 안위마저도 보장 받을 수 없는 처지다.

군부 중에서도 핵심 키를 쥔 곳은 수 십년 간 파키스탄 내정을 좌지우지해온 정보부(ISI).ISI는 탈레반의 집권에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은 물론,지금도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자금원인 아편과 카슈미르 지역의 이슬람 무장세력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ISI나 군부에서 반기를 들 조짐이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반미 시위를 주도하고 잇는 이슬람 강경조직과도 밀착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를 낙관하기 어렵다.

파키스탄의 정정 불안이 심화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핵이다.1998년 핵실험에 성공한 파키스탄은 현재 당장 발사 가능한 핵미사일 25기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파키스탄의 핵 통제시스템은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군부의 이슬람 과격분파가 핵무기 통제권을 장악할 경우 이번 미국 테러사건을 능가하는 참극이 벌어질 수 있다.

카슈미르 영유권을 둘러싸고 50여년간 대치해온 파키스탄과 인도간 분쟁도 골칫거리다.서로 상대국이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해온 양국 관계는 1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령에 기반을 둔 이슬람 과격 단체가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키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사건 다음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무장게릴라들의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이 지역에서 활동중인 게릴라의 상당수는 아프간 출신이거나 아프간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아프간이 공격 당할 경우 추가 테러 및 전면 봉기를 감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무샤라프가 제거한 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도 야당 세력들을 규합해 재집권을 노리고 있어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공격으로 무너진 이후의 파키스탄 정정은 보다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희정 기자

■'보이지않는 정부' ISI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통상의 정보기관 역할을 넘어 50여년 파키스탄 정치사를 좌우한 막후 최고 권력기관이다. ‘비밀 군대’ ‘보이지않는 정부’의 별칭처럼 정치인 암살부터 해외 무장세력 지원까지 파키스탄 국내외 주요 사건에 거의 모두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8년 파키스탄 건국 직후 카슈미르 지역과 현재 방글라데시로 독립한 파키스탄동부의 정보 수집을 위해 창설한 ISI는 1980년대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정보수집ㆍ공작 권한을 늘리면서 막강한 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유럽 등 해외에서핵무기 부품과 기술을 들여와 파키스탄 핵무장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70년대에 핵기술 습득 특수 부서까지 만든 ISI 공작의 결과이다.

요인 암살, 정당 파괴 등의 혐의도 짙다. 19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에앞장 섰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귀국을 막기 위해 그의 남형제인 샤 나와즈 부토를 암살했다는 소문 등은 ISI를 둘러싼 갖은 추문의 극히 일부다.

ISI의 해외 공작은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카슈미르 지역 이슬람 무장세력 지원.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슬람 정권 수립을 도와온 파키스탄은아프간과는 1989년 소련 철군과 이후 탈레반 성장ㆍ정권 탈취 전과정에 걸쳐 ISI를 통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본부를, 인근 도시 라왈핀디에 분실을 둔 ISI는 모두8국 체제다. 핵심은 탈레반과 카슈미르 문제를 전담하며 파키스탄-아프간 접경의 아편 재배와 헤로인 제조를 관할하는 북부담당 정보국.

또 합동정보국(국내외정보요원 담당), 해외정보국(핵ㆍ미사일 기술 습득 등 해외 공작) 등이 있다. 국방부 산하로 군 총참모장에게 직보하는 ISI 부장은 역대로 중장급장성이 맡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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