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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안한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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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안한 나날들

입력
200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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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불안한 나날들이 지나간다. 미국에선 연쇄테러 참사가 일어난 이후 통증이 심해진 만성질환자들이 급증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했다. “또 테러가 일어나고,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테러는 미국에서 일어났는데 우리 주식값이 폭락하고 불경기가 보통이 아니다. 세계가 불황으로 들어가면서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를 비틀거리게 만들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눈치다.

■언론은 곧 전쟁이 터질듯 한달 가까이 보도하고 있다. 전쟁터는 멀리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이라는데 그래도 ‘전쟁이 시작되면 어쩌나’마음이 철렁한다. 호들갑이 심하다는 평도 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전쟁을 걱정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다. 더구나 중동에 전쟁이 터질 때마다 기름값이 뛰고 불황이 뒤따랐던 경험을 잊을수도 없다.

■소시민에겐 외국땅에서 벌어진 문제뿐 아니라 국내 정치도 이만저만한 걱정거리가 아니다. 왜 그런지 정치하는 사람들은 험한 말을 마구 쏟아내며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상대당을 다그쳐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자기당 사람들에게도 뜻이 맞지 않으면 목숨을 걸고 투쟁하듯 타협도 양보도 대화도 없다. 때마침 터져나온 부정과부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기묘묘하다. 온갖 힘있는 높은 자리가 죄짓는 소굴처럼 보이고, 조폭은 연극무대같이 깜짝 놀랄 장면에 등장해 있다.

■추석은 가족들이 서로 만나는 흥겨운 때이다. 그 자리에서 테러모습과 보복전쟁 이야기나 하고, 국민이 소외된 정치며 무슨 게이트를 말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햇곡식 햇과일로 차례를 지낸 뒤에 오순도순 그동안 살아오며 감동받은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보내는 무언가 불안한 나날들은 소시민을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내일이 밝아보여야 가슴을 활짝 펴고 일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한 해를 살기가 이처럼 어려운 것은 결코 소시민의 책임이 아니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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