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이즈미 15일 방한 "日왜곡 성의조치 없는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이즈미 15일 방한 "日왜곡 성의조치 없는데…"

입력
2001.10.05 00:00
0 0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일본 총리의 15일 방한은 역사 교과서 왜곡파문, 신사 참배 등으로뒤틀린 한일 관계의 정상화 시도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양국이 공유한 것이다.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의 가시적인 시정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명분 보다는 실리가 우선시된 측면이 있다. 그 동안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끈질기게 요청했으나 우리 정부는 ‘납득할만한 조치’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일본이 촉발시킨 문제인 만큼 일본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논리를 내세웠다. 따라서 이번 방한은 우리 정부가 ‘납득할만한 조치’의 선행을 요구해 온 입장을 사실상 거두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런 변화를 고이즈미 총리의 성의와 진전된 입장 표명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고이즈미 총리는 5월초와 8월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친서를 보내고 한 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등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였다.

일본 정부도 우리 정부와의 실무 협상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역사교과서 문제와 신사 참배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다짐 했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8일)이 확정되기 전에 우리 정부에 “원한다면 중국 보다 한국을 먼저 갈 수 있다”고 제의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정부도 역사 왜곡문제로통상ㆍ투자ㆍ문화ㆍ인적 교류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마냥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미국의 테러 참사 이후 세계 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졌고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상항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선행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은 일단 우리의 명분과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또한 일본이 내부적으로 약속하고 있는 ‘진전된 입장’의 표명도 수사(修辭)에 불과할수 있다.

만약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질 우려가 있으며 국제적 주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행보에 장단만 맞췄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고이즈미의 한국觀 "김치 싫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한국관은 백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10선의 오랜 의원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행 기회가 없었고 자민당 의원이면 한번쯤은 거치게 마련인 한일의원연맹 활동 경력도 없다. 특별한 인상을 가질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총리가 되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그의 무관심은 서구적 취향과 떼어보기 어렵다. 그는 재즈와 오페라, 할리우드영화를 즐기고 포도주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주창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설립한 게이오(慶應) 대학의 학풍과 도관련이 있겠지만 요코스카(橫須賀) 미군 기지 주변에서의 어린 시절이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4월 총리 취임 당시 그의 ‘김치 발언’이 전해진 적이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만나 “김치가 싫다”고 밝힌 것이 국내에는 염한(嫌韓)의식의 증거로 전해졌지만 실은 “쓰케모노(일본식 절임)도 싫다”는 말이 덧붙어 일본까지 포함한 동양 전통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현재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국붐을 생각하면 그의 한국관은 평균적인 일본인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교가에는 의원시절 그가 서울 방문에 대해 “그럼 평양에도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과거 사회당 의원들의 한반도인식을 연상시키지만 그로서는 오히려 무관심과 무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총리가 된 후에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과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개최 등을 자주 언급했지만 교과서를 읽은 것일 뿐이다.

그의 개인적인 한국관은 총리가 된 후 역사교과서·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에 대한 격렬한 반발과 함께 싹트기 시작했다. 백지에 새로 칠해 진 그의 한국관이 제대로 균형이 잡혀 있으리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과거사 '고이즈미 해법' 나올까

6개월간 한일관계를 얼어붙게 했던 교과서 왜곡과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한 일본의 해법이 우리의 맺힌 응어리를 속시원히 풀어주지는 못할 것 같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사안에 대해 일본의 진전된 입장 표명이 있었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15일 방한은 문제해결의 시작일뿐”이라고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한때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을 표명한 1998년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과 유사한 역사인식을 밝히면서, 과거사 분쟁에 대한 ‘봉합’을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수순은 한일합병등에 대한 왜곡과 총리 자신의 신사참배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우리측 요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교과서 검정제도 특성을 이유로 “정부로서는 간섭할근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 어려운 일본 정치 현실 등을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점을 감안, 당국자들은“고이즈미 총리는 총론적 역사인식 이외에 교과서, 신사 참배 등 구체적 사안도 언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교과서 검증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제시할 것이고, 내년 신사참배 여부를 가늠할 암시도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그 같은 언급이 우리 국민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것 같지는 않다. 고이즈미의 해법은 8일 중국방문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