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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용호게이트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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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용호게이트의 '원죄'

입력
200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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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사건으로 시작된 ‘이용호 게이트’는 일파만파로 번지며 공권력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번 사건은 ‘불법(시세조종)’과 ‘외압(정ㆍ관계의 봐주기)’이 결합한 ‘권력 기생형 주가조작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빗나간 기업구조조정’과 ‘어설픈 벤처정책’이라는 ‘합법적’ 실체에 직면하게 된다.G&G그룹 이용호(李容湖ㆍ43ㆍ구속) 회장이 비리 사슬에 동원한 핵심 수단이 바로 정부가 상시구조조정을 위해 도입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였다. 민간에게 부실기업을 인수시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하자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상당수 CRC들이 시세차익의 도구로만 활용하면서, 부실기업이 더욱 부실해진 것이 실상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벤처 일변도의 산업정책’에도 책임이 있다. ‘벤처사업을 위한 자금조달(파이낸싱)이 아니라, 파이낸싱을 위한 벤처설립‘이라는 유행어도 이같은 정책적 난맥상에서 나왔다.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숟가락을 얹어 댔고 이 과정에서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 게이트‘가 터져나온 것이다.

물론 환란이후 쏟아져 나왔던 부실기업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들은 불가피했고, 순기능 또한 컸다. 그러나 역기능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독이 실종되면서 훌륭한 정책도 ‘머니게임‘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데는 무엇보다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지대하다.

금감원이 최근 대대적인 주가조작 기획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번만큼은 정말 철저한 조사로 시장에 규율을 세우는 동시에 스스로도 오명을 씻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유병률 경제부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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