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ㆍ워싱턴의 테러참사가 오사마 빈 라덴의 소행이라면 그의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설명처럼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이번 테러를 계획ㆍ실행했다고 전제한다면,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까지 끌어들인 끔찍한 범죄의 동기를 미국에 대한 증오심의 표현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4일자 분석기사는 이 의문에 대해 그럴 듯한 답변을 시도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을 세우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빈 라덴은 지금 이 와중에도 “자신이 손님으로 있는 나라(아프가니스탄)가(미국의 공격을) 당하기를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사는 지적한다.
이번 테러와 그 원대한 계획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일까. 설명은 이렇다. “첫째 빈 라덴은 미국의군사보복을 빌미로 추종자들의 보복테러를 강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이 이슬람권에 대한 개입을 꺼리도록 만든다. 둘째 군사보복으로 야기된 감정을확산시켜 이슬람 세계와 서방 사이의 간극을 더욱 넓힌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정부를 전복하고 거기에 자신과 견해를 같이 하는 이슬람근본주의 정권을 세움으로써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ㆍ메디나와 석유,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장악한다는 얘기다. 결국 테러는 미국이 걸려들기를 노리는 덫인 셈이다.
기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새뮤얼 버거의 분석을 인용해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의도에 놀아나지 않으려면)단호하되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슬람권을 자극하지 않도록 이번 테러와 직접 관련이 있고 입증할 수 있는 목표만을 골라 타격을 가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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