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계속되고 있는유엔 총회에서 아랍권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이 ‘반 테러’종주국을 자처한 미국에 대해 반론을 쉬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우선 미국 주도로 지난달 28일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대 테러 결의안과 관련, 테러의 개념 규정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특정국가에서 테러리스트라고 지목한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자유의 전사’로 추앙받을 수 있는 국제 정치ㆍ군사적 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1일부터 시작된 이번총회는 3일에도 “테러리스트가 누구냐”를 놓고 대결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슬람측 주장은 이스라엘 등 국가에 의한 잔학행위도 테러의 범주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시리아는 3일 총회에서 “이스라엘 점령정책에 대한 저항은 정당하다”며 “이스라엘은 미국 동시다발 테러의 ‘비통한’결과를 팔레스타인 탄압에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2일 총회에서는 아랍22개국을 대표해 연설한 리비아가 대미, 대이스라엘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리비아 아부제드 오마르 도르다 대사는 “팔레스타인은 현대적 테러의 희생양”이라고전제, “이스라엘의 군사적 점령정책은 가장 추악한 형태의 테러”라며 날을 세웠다.
도르다 대사는 1986년 베이루트 ‘공습 테러’와 관련, 미국을 비난하면서 “아랍국들은 지난 수 십년 동안 국가에 의한 테러, 점령정책을 통한 테러 때문에 고통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오만,이집트 등도 테러 근절을 위해선 테러 개념에 대한 국제적 토론 및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말레이시아도 나서 “이스라엘이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행사하고 있는 과잉 무력행위는 테러와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도 언론과의 회견에서 “테러 지원국이 테러 근절을 떠벌리는 위선을 보이고 있다”면서 “테러 지원국인 리비아가 염치가 있다면 2일 총회 연설대신 침묵을 지켜야 했다”고 반박했다.
유엔은 5일까지 총회에서 토론을 계속한 뒤 15일부터 ‘테러근절조약’ 성문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나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테러의 국제정치적 양면성때문에 ‘합의’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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