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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한국 멈출수 없다] (4)기회의 땅, 해외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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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한국 멈출수 없다] (4)기회의 땅, 해외를 잡아라

입력
200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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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향후 10년간 수출 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정보기술(IT) 산업이 세계경제 동반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천덕꾸러기’로 추락하고 있다.해외 시장의 위축으로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현지 법인화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기업들도 대부분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IT산업의 생존과 재도약은 세계시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 대체 시장을 선점하라

그동안 국내 IT업체들의 주요 수출대상 국가는 최대 IT시장인 미국이었다. 그러나 미국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되기 시작, 올 5월까지 IT분야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이 바람에 대미 IT수출의 맹주였던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특히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6%나 줄었다.

더구나 미국 IT시장 위축이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중국과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의 ‘대체시장‘ 개척이 국내 IT업체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

특히 중국은 국내 업체의 진출 여력이 가장 높은 ‘기회의 땅’인 동시에 앞으로 한국 IT산업의 존망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잠재적 적’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올해 7.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특히 IT산업의 성장률은 25~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앞선 이동통신 장비와 휴대폰, 소프트웨어, PC 등의 분야에서 군침을 흘릴 만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IT기술과 수출 저변이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무역진흥회(JETRO)에 따르면 중국의 IT수출은 매년 2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해 10년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동남아와 중동지역은 이동통신과 시스템통합(SI), 셋톱박스 등의 수출 증가가 예상되고 CDMA 사용권인 남미 지역은 이동통신 장비와 휴대폰, 컨텐츠 업체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 집안싸움이 최대의 적

IT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아낌없는 연구개발 지원과 인력 양성을 통한 최고 수준의 기술개발이 기본이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도 국내 업체끼리 과열 저가경쟁을 벌여 업계의 공멸을 부르고 나아가 ‘덤핑 제품’으로 낙인찍혀 국가 신인도까지 허물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중국 차이나유니콤이 실시한 중계기 입찰과정은 ‘집안싸움’의 대표적 사례다. 국내 18개 전문업체가 입찰 대상업체로 선정된 가운데 모 대기업이 탈락한 업체들에게 낮은 가격을 써내면 입찰 대상업체를 누르고 선정될 수도 있다고 부추겨 저가 경쟁이 시작됐다.

그 결과 평균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던 응찰가격이 절반 가량인 1,500억원대로 떨어져 손해를 보면 낙찰을 받아야하는 형편이 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간 출혈 경쟁탓에 저가 브랜드로 낙인찍히게 됐다”며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이미지를 활용도 못해본 채 중국 업체에 추월당할 상황”이라며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업체가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가진 셋톱박스 분야도 수십개의 업체가 난립,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제품 전체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 범국가적 지원체계 시급

한때 유럽 경제에서도 소외받았던 아일랜드는 국가적 차원의 IT산업 육성과 해외진출 지원책으로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이 됐다.

아일랜드 정부는 개별 기업이 수행하는 IT프로젝트도 해외 진출 가능성을 평가해 연구비를 지급하는 한편 파급효과가 큰 핵심기술의 경우 수출과 국제화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벤처창업 지원과 IT인프라 건설 등 많은 정책을 추진, 수입 대체효과와 내수시장 확대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마켓에서 통하는 세계 수준의 경쟁력 확보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세계 표준 및 핵심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지원과 함께 인력양성, 정보 공유시스템 마련 등 체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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