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스포츠토토 성공하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스포츠토토 성공하려면

입력
2001.10.04 00:00
0 0

올 1월말 일본경찰청 폭력대책본부는 프로축구선수 및 관계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이색 설명회를 가졌다. 3월10일 일본프로축구(J)리그 개막과 더불어 정식발매에 들어가는 ‘스포츠진흥투표권(토토)’ 시행을 앞두고 도박단 등 외부 유혹에 대한 대처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참석자들은 “단 한번의 플레이로 골이 결정되는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은 특히 조심해야 하고, 후한 사례와 함께 사인을 요구하는 팬에게도 주의를 기울이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언론에 털어놓았다.

운에 의존하는 여타 복권과 달리 인위적 조작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체육복표의 부정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일본 치안당국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축구대회 재원마련과 체육진흥을 위한 체육복표 ‘스포츠 토토’가 6일부터 전국 3,000여개 판매점에서 정식발매에 들어간다.

축구는 올 시즌 프로 및 축구협회(FA)컵 3회전2경기 등 총 3회 발매되며 프로농구는 11월3일 시즌개막부터 주 1회 발매된다(당초 대상경기는 프로축구 1종목이었지만 팀수, 경기수 등을 고려해프로농구까지 확대됐다).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한국타이거풀스는 지난달 15일 수도권 지역에 한해 시범발매를 실시하고 27일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이제 축구가 스포츠로서는 국내 최초로 합법적인 도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축구를 대상으로 한 도박이 첫 선을 보인 때는 1923년 영국. 빌 허그스,존 무어, 콜린 애스컴이 이 해 세운 축구 관련 도박회사 ‘리틀우드 풀스 오거나이제이션’은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한다.

이들의 성공에 고무된 유럽과 남미의 사업가들도 축구도박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장의 확산과 참여인구의 급증에 따라 급기야는 승부조작 사건이 잇따르게 됐다.

80년대 브루스 그로벨라(리버풀FC의 골키퍼)는 영국의 대표적 승부조작사건을 일으켰다. 이탈리아에서도 AC밀란과 이 팀의 공격수 파올로 로시가 승부조작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91년 독일 분데스리가 뉘른베르크의 수비수 가사로는 2경기에서 자살골을 기록한 뒤 불법도박혐의로 체포됐고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콜롬비아 대표팀 수비수 에스코바르는 미국전서 자살골을 넣고 귀국한뒤 손해를 본 도박단 일원에게 피살됐다.

9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도박조직과 연계된 주심이 경기중 선수를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승부조작은 천문학적 상금에서 비롯된 부산물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경우 시장규모는 연 1조~2조원대에 1등 당첨자의 상한상금은 최고 30억원(이탈리아)에 달한다. 일본과 한국도 1등 상금이 1억엔(약 11억원)과 10억원에 이른다. 기우일 수도 있으나 우리도 대책을 마련하는게 바람직하다.

이런 부정적 요소를 제거할 경우 스포츠토토는 한국축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촉매제가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축구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스포츠토토는 지적 게임이다. 매 주 경기의 승패를 예측하고 적중률에 따라 상금을 받는다.

요행심이나 사행심이 통할 여지가 없다. 당연히 각 구단과 선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과거경기를 토대로 한 팀별 전력분석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된다. 경기장을 자주 찾아야 당첨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관중감소 현상이 두드러지던 일본 J리그의 경우 올들어 체육복표 시행과 더불어 경기당 평균관중은 1만6,9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7,000여명이나 폭증했다. 스포츠토토의 성패는 이처럼 국민의 참여에 달려 있다.

경기장밖에서 운에 맞기는 베팅을 일삼는 한 한국축구의 미래는 없다. 그리고 스포츠토토는 또 다른 사행산업의 하나로 전락할 것이다.

이 기 창 체육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