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피기스 감독의1999년 작 ‘미스 줄리(Miss Julie)’(18세ㆍ20세기 폭스)는 발견과 확인의 기쁨이 적지 않은 드라마다.우선 감독인 피기스의 다양한 장르 섭렵과 음악적 재능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데뷔작 ‘폭풍의 월요일’에서 보여준 빼어난 스타일로 할리우드에 초빙된 피기스는 리처드 기어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으로 스릴러물에 장기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분위기 묘사가 일품인 우울한 드라마 ‘리베스트라움’,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물 ‘미스터 존스’, 고지식한 영어 교사의 은퇴를 그린 ‘사랑의 교정’을 거쳐 알코올 중독자와 창녀의 사랑을그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명성을 확고히 다진다.
두 쌍의 부부의 사랑을 다룬 ‘원 나잇 스탠드’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피기스는 케냐에서 보낸어린 시절이 반영된 듯한 심리물 ‘섹슈얼 이노센스’에 이어 스트린드 베리의 희곡을 토대로 한 ‘미스 줄리’를 내놓았다.
피기스는 제작, 시나리오, 음악을 도맡다시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라이언 페리’와 ‘가스 보드’라는 밴드에서 활동한 바 있으니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원 나잇 스탠드’의 나른한 도회풍 음악에서 ‘미스 줄리’의 클래식 분위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스 줄리’는 파혼 당한 귀족딸과 그녀의 화풀이 상대가 되고 마는 중년 하인의 심리적 갈등과 대결을 그린 드라마이다.
희곡이 원작인 영화가 대개 그렇듯 주연 배우의 연기력에모든 것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새프런 버로우스와 피터 뮬란이 조성하는 팽팽한 긴장감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딥 블루 시’에서 이기적과학자로 출연했던 버로우스의 미모와 연기력을 이제서야 발견하게 되다니. 이에 동감하시는 분들은 폴 맥기번의 ‘갱스터 넘버원’도 찾아보시길.
피기스감독은 버로우스를 ‘원 나잇 스탠드’ 이후 줄곧 기용해왔으니 연기자를 보는 눈도 남다른 것 같다.
/비디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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