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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쟁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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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쟁보다 중요한 것

입력
200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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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전장(戰場) 아닌 전장에서보내면서 가족들의 안부 전화를 받았다. “48시간 안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데 괜찮으냐” “언제쯤 귀국할 수 있느냐”는 등의 질문이었다. 하나같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서 곤혹스러웠다.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이곳 파키스탄의 분위기는 서방 언론이 줄기차게 떠드는 전쟁 임박설과는 상당한 거리가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탈레반 지지 기반인 파키스탄남서부 국경도시 퀘타, 이번 사태와는 상관없이 빈곤층의 불만이 고조돼 왔던 카라치 등에서의 반미(反美)를 가장한 반정부 시위를 제외하면 ‘전시위기’ 조짐은 눈에 띄게 수그러드는 추세다.

보름 전만해도 권총이나 소총을 차고 근무하던 거리의 군경들도 무장을 풀었다. 한때 1달러 대 68까지 떨어졌던 루피화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단호한 어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던 보름 전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탈레반에 대한 보복전 수행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 정부내 매파와 비둘기파간의 ‘전쟁’에서 비둘기들이 승리한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들 온건파는 무차별 융단폭격보다는 특공대에 의한 탈레반 강경세력의 제거에 작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걸프전에서와 같은 불꽃놀이를 예상하고 이 곳에 달려온 수많은 기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시나리오이지만, 다행스러운 편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D-데이,H-아워가 따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공격 날짜를 맞추는 게임에 열중하기보다는 부시 정부의 정책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엄청난파장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할 듯 하다.

파키스탄의 한 신문은 미국이 테러범 입국 봉쇄를 위해 외국인들에 대한 유학비자를 6개월간 동결시키는 극단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이상석 부국장

behapp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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