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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업그레이드 / '게이트' 잡으려다 벤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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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업그레이드 / '게이트' 잡으려다 벤처가...

입력
200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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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용호게이트’는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미 끝을 헤아리기 힘든 폭발력을 지닌 초대형 스캔들로 확대됐지만 권력기관과 정치인 연루의혹 부분을 빼고 본다면, 이용호게이트는 기본적으로 증시 주변에서 종종 목격되는 불법 시세조작 사건인 것이다.이를 계기로 정부의 관련 경제정책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구조조정전문회사(CRC)가 이씨의 변칙적 사업확장도구로이용된 것으로 드러나자 ‘졸속 부실기업 정리정책의 실패’란 지적이 제기되고, 해외전환사채(CB)를 통해 이씨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것에 대해선 ‘무분별한 자본자유화가 낳은 예견된 재앙’이란 비난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정현준ㆍ진승현 스캔들에 이어 이용호 게이트까지 터지자 ‘옥석 구분 없는 벤처ㆍ코스닥 키우기 정책이 화를 자초했다’는 냉소도 많다. 그리고 이런 비판은 곧 관련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암묵적 요구로이어지는 분위기다.

물론 벤처 비리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갖가지 ‘게이트’가 끊이지 않는다고 규제부활을 ‘경제적 처방’으로내놓는 것은 성급하다. CRC 악용을 막기 위해 설립요건을 대폭 강화한다면, 인수ㆍ합병(M&A) 등 시장에의한 부실기업 정상화 기회는 그만큼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해외CB 인수자금의 대부분이 실상은 ‘검은 머리 외국인’인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돈에 국적을 표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경제행위처럼 규제도 효과보다 비용이 크다면존재해선 안되며, 무엇보다 본질이 규제의 부재 때문인지, 감독능력의 취약성 탓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이용호 게이트에서 드러난 ‘자유로운 시장’의폐해에도 불구하고 벤처와 자본자유화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키워드다.

한 전직장관은 이를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비유했다. “골드러시 당시 실제로 금을 캐 부자가 된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금맥소문이난 곳에 가장 먼저 몰려든 사람은 사기꾼들과 창녀들이었다. 골드러시는 병폐도 많았고 허상처럼 여겨졌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을 통해 황무지에 길이열리고 도시가 생겨나 오늘날 미국 서부가 탄생하게 됐다. 증시와 벤처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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