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중인 고구려 벽화 가운데 중국 지린(吉林)성지안(集安)시 삼실총(三室塚)과 장천1호분의 벽화가 지난 해 도굴당한 것으로 알려져 문화재 당국이 경위를 조사 중이다.3일 고고미술학계 인사들에 따르면 삼실총은 지난 해 5월에, 장천1호분은 지난해 8월께 도굴돼 심하게 훼손됐으며, 조선족이 포함된 중국인 범인들은 모두 잡혔지만 벽화는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실총의 경우 행렬도와 천장을 떠 받치고 있는 역사도(力士圖), 상상의 동물인 주작도 등이, 장천 1호실 고분은 무덤 주인공 부부의 가무관람도와 생활풍속도, 예불도,비천상 등이 도굴당했다.
도굴범들은 전기톱으로 벽화를 조각낸 뒤 마치 벽지를 뜯어 내는 것처럼 도굴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천1호 고분은96년에도 일부 도굴당했던 고분이다.
문화재청의 한 당국자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중국 당국의 폐쇄적인 대응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귀중한 고구려 벽화의 도굴이라는 점에서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92년 중국내 고구려 벽화에 대해 한국 언론이 크게 보도하자 자국의 소수민족정책에 영향을 끼친다고 강력히 항의하며 지금까지 고구려 벽화에 대한 외부 접근을 차단해 왔다.
▥삼실총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우산촌 남쪽 기슭 끝에 있다. 3개의 방이 ‘ㄷ’자 형으로 이뤄져서 ‘삼실(三室)’이라는 무덤 명칭이 붙었다. 1913년 발견됐고, 1972년 무덤의 수리, 1975년 벽화의 보존처리가 이뤄졌다.
무덤밑지름 20m, 높이 4.4m. 중무장을 한 말 탄 무사 2명이 성곽 바깥에서 긴 창을 겨누며 전투하는 장면 등에서 무인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있다. 벽화의 주제는 생활풍속과 사신(四神).
▥장천1호분
지안 시내로부터 압록강을 따라 북동쪽으로 약 25㎞ 떨어진 곳에 있다. 둘레는88.8m, 높이는 6m. 무덤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부부가 사람 크기의 부처에게 절을 하는 ‘예불도’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처음 나타나는 그림이다.
다른 고분벽화보다도 다양한 형태의 연꽃 무늬와 여래, 보살 등은 마치 불교 사원 같은 느낌을 준다. 1970년 발굴됐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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