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지났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추석을 맞이하여 귀향하고,온가족이 모여 차례를지내고 성묘를 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속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절 때의 고향나들이와 성묘는 교통대란을 떠올리는 이름이 되어버렸다.올해도 어김없이 귀성 ‘전쟁’이치러졌다. 성묘 때의 교통대란을 예방하기 위해 성묘를 앞당겨 하고교통안전 사고에 특히 주의해달라는 관계당국의 당부도 나왔다. 실제로 요즘은 시민들도 성묘를 미리한다. 조상을 추모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로 인하여 악몽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묘일을 분산한다고 해서 매장중심의 장묘 문화가 야기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묘 1기의 평균 면적이 15평으로 산사람의 생활공간보다 4배나 넓고, 해마다 100여만 평이 묘지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잘되면 내가 잘난 덕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옛말은 곧 조상의 묘지를 잘 쓰면 후손이 잘된다는 믿음에서 나온 이야기다.
대원군이 자기아들을 왕으로 만들기위해 부친인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 이야기는 풍수지리와 관련하여 빈번히 거론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원군의 아들이 왕으로 있는동안 이장한 남연군의 묘가 외국인에 의해 파헤쳐지는 수모를 당한사실 역시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기적인 효심으로 조상의 묘를 정성껏위하고 여기 저기 옮기는 사회보다는 나와내 후손 뿐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복지를 위해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정말로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은, 참된 효도를 가르치는 사회가 아닐까?
지배층이 이렇게 한 가문의 영달을 위해 조상의 묘를 옮기는 동안 외세가 차근차근 침략의손길을 뻗어온 점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요즈음에도 이기적인 효심으로 이장을 하는경우가 없지 않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최근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장묘 문화에 대한 시민의식이 많이 변화하여 서울시의 경우 화장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리라는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고 땅이 좁은데다가 삶의 터전으로 이용할수 있는 비율까지 적은 만큼 화장이불가피하다.
이웃나라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화장 후골분을 묻고 그위에 나무를 심는장묘 풍습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나 일본에서 동네 한가운데 납골묘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모두 이용가능한 국토가 좁고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장묘 문화내지 장묘 시설에대한 의식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서 서울 시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화장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화장시설이나 납골시설이 화장률,화장선호도의 증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화장시설과 납골시설이 각각 용량을 초과하고 포화상태에 있어 서울 서초구원지동으로 결정된 추모공원 건립이 시급하다는 소식이 지상에 오르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화장터를 사람이 살지 않는 한적한 곳으로,납골당은 각 종교단체 등에 소규모로 분산해야 한다면서 추모공원 건립안에 반대한다는 소식 역시 들린다. 화장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아직까지는 화장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효가 중요한 덕목인 우리 사회에서 망자와 살아있는 후손이 근거리에서 자연스럽게 평화공존할 수는 없을까? 매장을 고집하여 원망 듣는 조상이 되지 말고후손에게 깨끗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우리 모두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윤혜영ㆍ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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