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ㆍ워싱턴 테러 참사는 세계화의 물결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국경없는무역’이 핵심인 세계화는 지난 10년 동안 지구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테러참사후 각국이 공항 폐쇄, 국경 통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자원 이동에 따른 비용이 높아지는 등 걸림돌이 속출하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테러 후 국제 교역의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각국이 국내 시장에 치중하는 등 세계화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세계화가종언을 고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간 이동 비용 상승과 자금 흐름의축소, 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해외 투자 감소, 다국적 기업의 영업 축소 등 세계화의 장벽들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이 공항과 항구에서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생명인 국가간 교역에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테러 위협이 가시지 않아 선적 보험료 등이 대폭 오르고 있다”며“비용 부담이 커지면 거래가 줄어드는 게 경제학의 기초”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이 국제 교역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는가 하면, 투자를 감소시키고 있다.국제 교역의 불확실성 때문에 생산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주요 부품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해외 단독 진출보다는 합작투자 형태를선호하는 등 기업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사회는 테러 위협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가취소하는 등 무역 장벽과 통상 마찰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제쳐두고 있다. 대신 전쟁과 국방비 증액에만 골몰하고 있어 세계화에 대한 의욕이 더욱꺾일 전망이다.
강대국간에 테러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단결이 강화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인 ‘테러위험국’간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개도국들이 고립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화의 중단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역사학자클레이튼 브라운은 “해충 때문에 밀 재배를 중단할 수는 없다”는 말로 세계화는계속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테러는 반세계화 진영의 세력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반세계화운동가들은 제노바와 퀘벡, 프라하 등에서 벌어진 유혈 폭력 시위가 재현되면 명분 약화는 물론 공권력의 직격탄을 받을 것을 우려, 몸을 사리고 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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