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면 신물이 난다면서도 가족들이 모여 앉는 명절이면어김없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게 정치 이야기. 이번 추석에는 어떤 정치 관련 화제들이 집집마다의 ‘말(言) 상(床)’에 쏟아질까.◆각종 게이트
뭐니해도 도하 신문을 도배질하다시피 하고 있는 의혹 사건들이 메인 메뉴가 될 듯싶다. 머리가 어디고 꼬리가 어딘지조차 분간키 어려운 이용호 게이트는 그 풍성한 혼효(混淆)가 풍년 든 오곡백과의 그것을 무색케 할 터다.
이용호 게이트의 끝은 과연 어디가 될지, 소문대로 어마어마한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 것인지, 이용호 비망록이 있기는 한 것인지, 있다면 어떤 인물들이 올라 있는지, 야당은 어느 정도그 내용을 알고 있는지, 야당이 주장하는 ‘깜짝 놀랄 여권의 거물’은 과연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영어 이니셜 퍼즐 게임도 한 모퉁이를 차지할 것 같다.야당이 주장하는 K, H, L이니 K, L, N이니 K, K, J니 하는 따위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저마다의 ‘정보’와 귀동냥이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 한판이 벌어질 것이다.
또다시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신과 특별검사제의 효용성 등의 비판과 평가는 이용호게이트의 마무리 화제로 등장할 전망.
◆안정남 건교 장관 사퇴
안 장관 개인에 관한 의혹보다는 탄탄대로를 걸었던 그의 부침(浮沈)사가 더 큰 관심 대상이 될 성싶다.
정도세정의 기치를 곧추세운 채 언론사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했던 국세청장이 그 공을 인정받아 건교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세무조사를 당한 언론의 뭇매를맞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과정에 주목하는 입들이 더 많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 구속
“이용호 때문에 내가 당했다. 검찰이 짜깁기 수사를 했다”는 박 회장의 주장 때문에 이용호 게이트와 엉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태. 내기 골프ㆍ도박등과 관련된 박 회장의 ‘엽기’도 구설의 상품성을 한껏 높여 놓았다.
◆ 야당의원 협박사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 등에 대한 협박은 조직폭력배 연관 사건이란 선정성과 반(反) 여운환파의 역(逆) 공작 개연성 등 흥행의 짜임새를 고루 갖췄다. 한나라당이 추석 연휴기간 이용호 게이트 관련 상임위 의원들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을 한 것도 관심을 배가 시켰다.
DJP공조 붕괴와 JP-YS 회동 등 다시 복잡해진 3김 관계, 이와 맞물린 한나라-자민련 공조 및 이회창-JP의 협력 가능성,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등의 잇단 동교동계 비판 등 여권의 복잡한 집안 사정,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맞설 민주당 대선후보의 향배, 제소로 번진 민주당한 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전 의원의 진실 게임 등도 후식 목록에 오를 것 같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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