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의 반대 세력들이 탈레반 전복과 이후 정권 구성에 착수했다.북부동맹의 각 정파 대표들은 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망명 중인 모하메드 자히르샤(86) 전 국왕을 만나 탈레반 전복 후 정권 구성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정파 대표들은 전날 국왕 측근들과 예비 접촉을 갖고 인수 준비첫 단계로 최고평의회와 군사평의회를 창설해 샤 전 국왕의 관할 아래 두기로 합의했다고 전 국왕의 대변인이 밝혔다. 임시정부 성격의 최고평의회는아프간 내 종족 및 정파 대표들로 구성되며, 산하 기구인 군사평의회는 각 정파 사령관들이 참여해 대 탈레반 군사작전을 총괄 지휘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부동맹의 부르하누딘 라바니 대통령은 29일 “아프간의이슬람 정파들이 전 국왕이 이끄는 연합정부 구성을 지지한다는 보도는 잘못”이라고 밝혀 샤 국왕이 반탈레반 전선의 대표가 될지, 단순 일원으로 참여할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당초 국왕의 개입에 반대하던 북부동맹이 태도를 바꾼 것은 그를 앞세워 미국 등국제 사회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북부동맹의 전술적 활용 가치에 주목하면서도 취약한 지지 기반과 러시아 및 이란과의연계 등 때문에 적극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이들이 ‘탈레반 타도’ 기치 아래 뭉치기는 했지만 끝까지 단결력을 보여줄 지는 알 수 없다. 전 국왕은 탈레반과 같은 파슈툰족으로 내심 왕정 복귀를바라고 있고, 북부동맹도 여러 종족 및 정파간 연합체여서 권력 투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더욱이 파슈툰족을 지지해온 파키스탄이 연합 정권 내 일정지분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