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테러 대참사가 발생한지 2주일이 지나도록 미국의 아무런 군사보복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인도양으로 갈 예정인 항공모함 키티 호크호가 모항인 요코스카(橫須賀)로 회항하고,일본은 이지스함 파견을 연기하는 등 미국의 군사작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국민의 여론, 테러 응징이라는 분명한 명분을 감안하면 보복전쟁은 여전히 불가피하지만, 전쟁 상대와 수행 방식 등 각론에서의 미국 정부 내 다양한 기류가 공격지연의 원인이라는게 대체적이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작전과 관계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속단할수 없지만, ▦주 혐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 및 추종자에 대한 정보부족 ▦탈레반 정부의 장악력과 아프간 내전의 불확실성 ▦대 테러 국제협력체제구축에 따른 각국 이해충돌 및 아랍권 맹주의 이상기류 ▦국내 추가테러에 따른 대비책과 광범위한 병참지원 구축에 따른 시간소요 ▦이라크 배후설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입장 등 복잡하게 얽힌 여러 변수가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미국이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빈 라덴에 대한 정보 부재이다. 폴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26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담에서 “적에 대한 정보 확보문제 때문에 작전계획을 수립하는데어려움이 있으며, 이 때문에 국제 정보채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는 발언은 미국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수전 위주의 저강도전쟁이 될 것이라는 이번 작전이 빈 라덴의 은신처 등에 대한 정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된다면 미국이 악몽처럼 생각하는 1980년 이란주재 미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의 참담한 실패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 등이 테러공조 협조를 미끼로 요구한정치ㆍ경제적 반대급부에 대한 미국의 부담, 막판 미국의 테러공조에 반기를 든 중동의 맹주 이란, 이라크의 이탈, 아프간 북부 지역에 대한 탈레반정부의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는 등 아프간 내부의 불확실한 정황도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의회 일부 지도자들도 공격이 개시될경우 반미 감정이 급속히 악화할 것을 고려해 미국내 기간시설에 대한 보안체제를 완벽히 갖춰 놓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이 27일 테러방지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 등을 사용해 제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요청한 것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작전이 될 것” 이라는 미국 정부의 논평과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러와 반테러 진영으로 나눠 미국이 테러 지원국가에 대대적인 무력제재를 가하기 위한 사전 단계일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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