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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악바리' 조폭마누라 신은경 "자연스런 연기 애좀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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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악바리' 조폭마누라 신은경 "자연스런 연기 애좀 썼죠"

입력
2001.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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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에 무시무시한 ‘가위’를 들고 나타난 ‘조폭 마누라’ 신은경(28). 그럴 수밖에 없다. 그를 대신할 액션여배우가 있겠나.우선 그의 이미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 조폭이라면 중성적 외모가 더 그럴듯하다. 그에게는 아직도 드라마 ‘종합병원’의 보이쉬한(사내 같은) 모습이 남아 있다.

영화 ‘노는계집, 창’(감독 임권택) 한 번으로 그것이 쉽게 지워지나. “물론내 이미지를 찾으려고 ‘조폭 마누라’가 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작품성보다는 재미있는 영화를하고 싶다.”

그는 악바리다. 5개월 동안의 혹독한 훈련. 하루 4시간 발차기, 낙법으로 몸이멍들었다. 그 ‘악’이 음향효과나 촬영기교가 아닌 고난도 액션을 가능하게 했다.

유리조각에 손이나 발을 다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부상도 없었다. “액션이 힘만으로되는 것은 아니더라.

힘을 빼고 마치 동물이 교미하듯, 무용을 하듯 몸을 부드럽게 만들려 노력했다. 마음은 날 것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

딱 한 번 보여주고 지워야 하는 용 문신을 등에 그려 넣기 위해 40시간 동안꼼짝 않고 엎드려 있기도 했다. 여자 조폭의 모델이 없어 영화 속의 최민수와 유오성을 많이 생각해 봤다.

앉은 자세부터 바꿨다. 다리를 떡 벌리고거만스럽게 몸을 뒤로 제쳤다. 그런데 어색했다. 고정관념을 버리자. 나에게 맞는 자연스런 톤으로 가자.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조폭 마누라’는 두 가지를 더요구했다. 웃음과 감동. 결국은 거친 조폭 ‘깔치’이지만여자 차은진으로서, 순진한 남편 강수일의 아내로서 살아가야 하고, 알고 보면 마음씨도 여린 존재가 돼야 했다. 신은경은 반대로 생각했다.

개그가 아닌 만큼 상황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빨간 원피스의 어색함과 불편함을 참다 못해 옷을 찢고는 두발차기 하듯. 그러면틀림없이 웃음이 나올 것이다. 너무 감정을 강하게 하면 오히려 신파가 될 것이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둘의 균형을 잡기 또한 쉽지 않았다. ”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도 유별나다. 아역으로 시작해 너무나 쉽게 인기를 얻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또 조폭 영화?”라는 사람들에게 “억울하다. 기획은 가장먼저다. 그 다음이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이다.

개봉이 늦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자신이 공감할수 있도록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도 많이 고쳤다. “내가공감하지 않으면 연기도 안 나온다.”

사람들이 상투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니와의 관계, 부하들과의 관계도 ‘가족애’란정서가 있어 좋았다고 한다.

‘사람 냄새’ 나는 영화를 보고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신은경 자신도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를 보고 그랬으니까.

다음 영화는 ‘이것이 법이다’(감독 민병진)이다. 액션은 없지만 여전히 중성적 이미지의 여형사 역. 지독한 감기로 몸을 가누기 힘들어도 촬영을 포기하지않는다.

“나의 이미지의 끝이 어디인지, 육체적 한계가 어디인지 한 번 가보자. 그 과정이 배우로서,인간으로서 필요한 공부니까. ”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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