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장악하라.’불황기 소비의 주도계층으로 30대가 떠오르고 있다. 각 기업 및 유통업체들은이에 따라 30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 열심이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최근 30대가 소비계층 1위에 올랐고 고급 브랜드 시장에서도 30대의 구매력이큰 힘이 되고 있다.
7~9월 서울 강남의 현대백화점에서 팔린 벽걸이(PDP)TV는 모두 38대.690만~1,900만원 하는 이 벽걸이 TV를 사간 고객 중 상당수가 30대였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30대의 구매력은 2년 전인 1999년보다 증가해 전통적인 주 소비층인 40~50대를 제치고 제1소비층으로 부상했다. 특히 고가인 명품, 골프용품 비중이 높아졌다.
명품 브랜드의 99년 1ㆍ4분기 30대의 매출비중이 29%에서 올해 2ㆍ4분기에는34.4%로 5% 포인트 증가했으나 99년 20.9%를 차지했던 40대는 올해 20%로 0.9% 포인트 감소했다.
40~50대가 주소비층이었던골프용품 매출비중도 99년 30대는 17.9%로 50대(31.6%) 40대(26.3%)와 큰 차이를 보였으나 올해는 24.4%로 6% 포인트 가량증가해 50대(25.3%) 40대(24.7%)와 비슷해졌다. 아동용품, 가정용품 등 전통적으로 30대가 주 소비층이었던 품목은 여전히30~50%의 압도적인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올해 상반기 매출 중 30대 고객의 비중(29.38%)이가장 많아 전통적인 주소비층이었던 50대이상(29.25%)을 눌렀다. 이 같은 30대의 소비 주도에 따라 불황기임에도 7~8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와비교해 10% 내외의 성장세를 보여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30대의 구매력에 주목, 올 여름 상대적으로 저가인 3,000만~5,000만원대의수입차들을 앞다퉈 내놓았다. 40대 이상의 고소득층을 주로 공략해왔던 벤츠는 30대를 주타깃으로 한 스포츠카인 C-클래스(4,000만~6,000만원대)를새로 내놓았으며 크라이슬러도 30대 전문직,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한 3,000만~4,000만원대 다목적(SUV)차량을 출시했다.
벤츠 수입사인한성자동차 손을래 부사장은 “2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벤처 붐이 30대 구매력 증가에힘을 실어줬고 이에 따라 40~50대로 한정돼 있던 수입차 고객층이 30대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패션 업계에서도 30대가 큰 구매자.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캘빈클라인등을 수입하는 신세계 인터내셔널 조인영 대리는 “수입 명품 의류 고객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져 지난해부터 30대가 주고객층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한 벌에 수 백만원인 수입 명품 의류들은최근 국내에 가격과 연령층을 낮춘 ‘세컨드브랜드’를 잇따라 내놓았고 타임, 마인 등 국내 의류 브랜드도 최근 가격대를 높인 고급 브랜드 ‘블랙라벨’을출시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추은영대리는 “명품 세컨드 브랜드나 국내 블랙라벨 브랜드는 대개30대가 주 소비층”이라며 “심지어 20대를 타깃으로 한 영캐주얼 의류도 30대고객이 주류”라고 말했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신인류’라통칭되던 30대가 소비의 견인차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는 유명 브랜드와 고급 서비스를 선호하는 30대를‘순간귀족형’이라고 통칭했다. 고도성장기인 1960년대에 태어난일본의 30대는 그 이전의 베이붐 세대가 ‘남과 비슷한 소비’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남과다른 소비’에 만족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정연승 연구원은 “30대는 가처분 소득이 가장 많은데다 40~50대가 저축을 중시했던 것과 달리 소비 중시 경향이 강하다”며“연봉제와 성과급이 일반화하면서 연령에 따른 소득구조가 역전되고 있는 것이 30대가 소비 주도계층이된 한 원인이 됐다”고 풀이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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