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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히딩크식 세계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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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히딩크식 세계화 유감

입력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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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나라마다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축구종주국 잉글랜드는 긴 패스를 이용하는‘킥 앤 러시(kick & rush), 이탈리아는 자물쇠 수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는 창조성 강한 개인기, 전차군단 독일은 탄탄한 조직력, 브라질은 예술적 개인기가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축구는 국민성이나 민족정신, 문화를 반영하는 스포츠로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각 국의 축구는 고유한 특색이 퇴색돼면서 점차 스타일면에서 비슷해져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94년과 98년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과 프랑스는 개인기도 뛰어났지만 참가팀중 수비가 가장 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잉글랜드는 평가전서 스페인보다 더 정교하고 짧은 패스로 상대를 압도했을 정도이다. 축구는 이제 각 국의 고유한 특징을 바탕으로 점차 세계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는 흔히 투지와 기동력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한국축구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 대회가 94년 미국 월드컵이었다.

체감온도가 40도가 넘는 찜통 더위속에서 투지와 스피드로 독일 스페인 등과 대등한 경기를 함으로써 한국축구의 특징을 세계속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축구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비쇼베츠 감독의 96년 올림픽 대표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비쇼베츠 감독은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를 선호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이나 배치하는 탄탄한 수비축구를 구사했다. 98년 월드컵팀의 차범근 감독 역시 비쇼베츠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비쇼베츠 감독은 선수들의 특징 파악이 비교적 정확했고, 한국문화를 알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의 세계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그의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표팀의 플레이가 나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선진축구의 흐름을 주지시키려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이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가 우리 문화와 선수들의 고유한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추석인 10월1일부터 합숙훈련을 시작하는 것도 우리 명절 문화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선수들의 특징을 알지 못하고 세계흐름만 강조한다면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다시 한번 히딩크 감독의 지도철학에 의문이 드는 것은 한가위를 앞둔 때문일까.

유승근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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