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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 유명하지만…올 영어권?…노벨문학상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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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 유명하지만…올 영어권?…노벨문학상 100주년

입력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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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고 인류의 평화를 기원했던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뜻을 기린 노벨상은 1901년 제정됐다.“나의 전재산을 기금으로 조성해, 매년 인류의 평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상을 주라”는 노벨의 유언에 따라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부문의 상이 설립됐으며, 1968년에 경제학상이 추가로 제정됐다.

노벨문학상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노벨 재단은 다른 부문의 수상자 발표일자는 이미 밝혔지만, 문학상은 관례대로 스웨덴 한림원에 일정을 맡겼다.

스웨덴한림원은 매년 10월 첫째주나 둘째주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해 왔고, 발표날에 임박해 날짜를 알려왔다.

노벨문학상 공식 100주년의 주인공이라는영예 때문에 올해의 수상자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100주년이긴하지만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96명이다. 2명의 작가가 공동수상한 것이 세 차례이고, 일곱 해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전쟁 때문이었다.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4년과 1918년,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1935년과 1940~1943년이 빈 자리다.

■노벨문학상의 명암

노벨문학상은 20세기 이후 인류의 문학사와 정신사에 대한 상징으로 꼽힌다. 내로라 하는 거장들이 후보로 논의돼 온,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었다.

그러나 그 권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상자의 기형적인 분포도가 그렇다. 프랑스가 13회로 가장 많고, 미국 10회, 독일 9회, 영국 7회, 이탈리아 6회 등으로 미국과 유럽 지역에 수상자가 편중돼 있다. 모두 지난 세기에 세계를 제패했던 최강대국이었다.

선진국이 노벨문학상을 독식한 데 대해 비난이 거세어진 것은 1960년대에 들어서다. 여론을 의식한 때문인지 스웨덴 한림원은 60년대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중남미 등 ‘제3세계’의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미 지역 이외의 수상자는 13명. 프랑스1개 국가의 수상자와 같은 수다. 중남미가 6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나이지리아의 희곡 작가 월레 소잉카가 1986년 처음으로 수상하는등 3명이 상을 받았다.

아시아 지역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1913), 일본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ㆍ1968)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ㆍ1994)가 수상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가오싱 젠(高行健)은 중국 출신이긴 하지만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어 수상자 명단에는 ‘프랑스인’으로 분류된다.

이렇듯 60년대 이후에야 ‘주변국’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정작 노벨문학상이 안정된 권위를 가진 때는1940~60년대였다.

헤르만 헤세(1946), 앙드레 지드(1947), T.S.엘리엇(1948), 윌리엄 포크너(1949), 프랑스와 모리악(1952),어네스트 헤밍웨이(1954), 알베르 카뮈(1957) 등이 수상했던 시기였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인물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때이다.

선정의공정성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돼 왔다.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이상주의적인경향의 작품을 쓴 사람에게 수상한다”는 노벨의 유언 중 ‘이상주의적 경향’이라는 구절의 의미가 모호한때문이다.

뮤즈의 노래를 듣는 남자가 새겨진 노벨문학상 메달을 처음으로 목에 걸었던 사람은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루돔이었다.

애초에 첫 수상자로 거론됐던 사람은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였다. 그러나 졸라가 유물주의자라는 것, 또 생전의 노벨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작가라는것 때문에 탈락됐고, 메달은 프루돔에게 넘어갔다.

■노벨문학상의 스타들과 흑평자들

이런 당혹스러운선정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 100년 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당연히 상을 받아야 할 문학의 거장들이 비켜간 반면,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이 수상하는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테오도르 몸젠(1902),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1950), 현직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1953) 등에 대한수상은 문학 작품을 쓴 사람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는 노벨의 유언을 존중한 결정인지 의심스럽다.

레오 톨스토이,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베르톨트 브레히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폴 발레리 같은 문호의 이름을 수상자 명단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낳는다.

■100주년영광의 주인공은?

노벨상은예상을 벗어나기로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유력한 수상 후보가 점쳐진다. 올해는 남미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73)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65),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78)와 영국 작가 존 버거(75), 벨기에의 휴고 클라우스(72) 등이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의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과 함께 20세기 말 중남미 문학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어올린 작가이다.

그는 가난에 찌들고 폭력에 시달리며 쓰레기와 산성비에 잠기는 환멸스런 모습의 조국 멕시코의 정체성에 천착한다.

푸엔테스는 현재 조국과 의도적으로거리를 두는 ‘정신적인 망명’을 선택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남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루 작가인 마이로 바르가스 요사는 1980년대 중반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문학과 정치는 양립할 수 없다’며 사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녹색의 집’은 모래비 내리는 땅 위에서 가난한 자는 더없이 가난하고 배부른 자는 더없이 배부른 페루의 현실을 그린 수작이다.

이런 철저한 지역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은 짙은 휴머니즘과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가득차 있어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중앙집권화한 권력 구조를 분명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는 풍부한 주관성과 복합적인 관점으로 세상의 불합리한 부분을 잡아내는 힘을 갖춘작가로 알려졌다.

그는 극적인 사건과 긴박한 대화 등 생동감 있는 문체를 구사해 현대 미국사회의 양상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존 버거는 소설뿐만 아니라 미술 평론으로도 유명하다. 1965년 발표한 미술 평론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는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요인을 정확하게 분석, 피카소의 과장된 명성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 유일한 평문이다.

그는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 3부작소설 등을 통해 역사적 현실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에 가해오는 시련을 날카롭고 민감하게 파헤친다.

벨기에 북부에서 태어난 휴고 클라우스는 네덜란드어권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그에 대한 수많은 단행본 연구서가 출간돼 있을 정도로 명성이높다.

클라우스는 시와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문학장르에 손을 댔고, 각 장르별로 15~20권의 작품을 쓸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1962년에 발표한 ‘경이’로 작가적 입지를 굳혔고, 1983년에 발표한 ‘벨기에의 비애’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체코의 밀란 쿤데라, ‘악마의 시’의 저자 샐먼 루시디와 프랑스 작가인 미셸 투르니에(77)와 르 클레지오(61)도 해마다 거명되는 후보다.

그러나 지난 해 프랑스 국적의 작가가 수상했기 때문에 프랑스를 비켜갈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가오싱 젠이 프랑스 국적이긴하지만 중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시아권의 수상 가능성이 다소 희박하다는 관측도 있다.

1993년 나딘 고디머 이후 영어권 작가에게 ‘순서’가 돌아온 게 아니냐는 예상과 함께, 새롭게 부각되는 제3세계 작가에게 상이 수여될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서인도제도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작가 V.S. 네이폴은 90년대 중반 이후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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