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미국 테러 참사의 영향으로 10년만에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이 26일 수정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6%. 1993년 이후 최저이며 통상 IMF가 세계경제 침체로 규정하는2.5%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이번 테러 참사의 여파는 지진 등 단순 재난에 비해 훨씬 큰 심리적인 충격을 가져와 소비ㆍ투자를 상당 기간 위축시킬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준비 중인 대 테러전도 걸프전 등 과거 전쟁과 비교해 경기부양 효과가 적다는 분석까지 있어 조기 경기회복 전망을더 어둡게 하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테러 공격이 전세계 많은 지역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미 상당한 하향세를 보이는 신흥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단기경제 전망을 더 위험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특히 이번 테러 참사가 비슷한 인명 사상자를 낳은 1995년 일본 고베(神戶)지진보다 중장기 경제 충격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
고베 지진은 사망 6,400명, 부상 3만5,000명에 당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2.5%를 차지하는 1,200억 달러의 재산 손실을 가져왔지만 단순 재난이어서 경제 불확실성이나 심리적 충격이 단기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추가 공격에 대한 불안, 유사 전쟁 상황에 따른 공포 등으로 중장기적인 소비ㆍ투자심리 위축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 테러전을 앞둔 미국의 현 경제 상황은 1991년을 전후한 걸프전 때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경기부양책은 그때보다 제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90년 2ㆍ4분기부터 경기 둔화세로 접어든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인그 해 3ㆍ4분기 성장률이 0.2%로 뚝 떨어져 올 2ㆍ4분기와 같았다.
소비도 1990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유가도걸프전 위기 이후 급등했다가 하락해 이번 테러 참사 직후와 비슷한 모양새를 보였다.
걸프전 당시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6차례 금리 인하 정책이 주효,그 뒤 ‘10년 장기 호황’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테러 참사를 전후한 미 경제는 올들어 8차례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재정 지출을 통한경기 부양도 400억 달러의 전비ㆍ복구비 지출, 항공사 지원 등으로 벌써 적자를 고민해야 할 형편이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전쟁특수’를 기대하지만 경제 성장으로 GDP 대비 정부 지출 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작은 상황이어서 생각 만큼의 효과를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경제 회복의 관건은 IMF의 지적대로 이번 테러 참사에 따른 소비ㆍ투자 심리의 위축과 경제 불신이 얼마나오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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