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란 말만큼이나 패션을 타는 용어도 드물다. 우리의 몸과 외부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단 하나의 가리개인 옷과 거기 더해지는 화장품 향수 장신구 등등 패션은 이제 몸을 점령해 우리 자신, 나아가 그것을 넘어서는 물신화한 그무엇이 돼버렸다. “우리는 옷을 통해 몸을 입는다”는 것이 ‘패션의얼굴’(푸른솔 발행)의 주제다.한 사람의 얼굴에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나타나듯이, 우리는 종종 한사람의 패션을 통해 그를 평가한다.
‘패션의 얼굴’의 저자 제니퍼 크레이크(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패션의 의미를 이처럼 인간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다각도로 접근했다.
패션에 관해 그토록 많은 관심과풍문이 있지만 이 책은 학계에서도 패션에 관한 종합적 연구로서 손꼽히는 저작이다.
패션이라는 현상의 태동에서부터 근대 서구의 패션이 세계로 확산된 문화적 접변과정과 역학관계, 자본주의적 생산과 유통의 급격한 변화 등 패션의 역사가 생생하다.
옷은 물론 화장품과 향수, 패션모델, 패션사진, 패션잡지에 대한 분석이 뒤를 받친 다음 패션과 연관된 젠더(성)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도 분석된다.
저자는 이런 논의 끝에 이른바 서구 유명 디자이너들의 하이패션을 중심으로한 패션에 관한 담론은 비서구권의 복식과 서구의 일상복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패션 민주주의’론을 펼치고 있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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