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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아프간접경 폐샤와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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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아프간접경 폐샤와르 표정

입력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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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다시 찾은 파키스탄 북서접경지구(NEFP)의 페샤와르에는 시간이 멈춰 있었다. 그 때 그대로인 나지막한 스카이라인과 도로변의 어수선한 가게들. 스모그로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인 시가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인 비좁은 도로를 가득 메운 트럭, 버스, 승용차들.그들 사이를 죽기살기로 비집고 끼어 드는 ‘릭쇼’(바퀴가3개 달린 미니자동차)와 달구지들. 차량의 행렬이 잠시 걸음을 멈추면 어김없이 달려들어 손을 내미는 거지들. 모든 풍경이 10여년 전 그대로 정지된듯하다.

하지만 하루 한 두 차례 당시에는볼 수 없었던 광경이 벌어진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계획을 비난하는 반미 시위대의 행렬이다. 대부분 아프간 출신이거나 그 곳에 친척을 두고 있는이곳 주민들은 10여년 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소련군을 아프간 땅에서 몰아냈던 사람들이다,

1989년 2월 소련군의 아프간 철군을취재하기 위해 이곳에 왔던 기자는 25일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임박한 가운데 다시 페샤와르 땅을 밟았다. 여기서 곧장 70~80여km를 가면 아프간과의 국경을 만난다.

기자를 비롯한 외국 언론인들은 24일부터 무기한 내려진 접경지역 출입금지 조치로 페샤와르에서 발이 묶여있다.기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취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상의 보도통제인 셈이다.

뉴스네트워크 인터내셔널(NNI)의 아프간문제 압둘 레흐만 기자는 “1주일 전부터 국경지역의 군대이동 상황이나 아프간 난민촌의 실상을 왜곡하는 외국 언론사들의 기사가 쏟아져 나가자 파키스탄 당국이 외국 기자들의 국경부근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지나간 페샤와르 거리의 치안상태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의 생활에 찌든 주민들의 표정에서도 전쟁위험으로 인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구멍가게 주인인시디키씨는 전쟁이 일어날까 두렵냐는 질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진열대로 달려드는 파리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이슬라마바드에서 여기에 오는 동안에도 단 한차례 교통경찰이 운전자의 신분증을검사했을 뿐이다.

대개 수니파 회교도인 페샤와르 주민들은 종교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파키스탄인이라기 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인에 가깝다. 한 주민은 “페샤와르 주민들중 이슬람 광신도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자미아티 이슬라미 등 이슬람 지도자들은 27, 28일에도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미국지지 정책을 성토하고, 미국과의 지하드(聖戰)에나선 탈레반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기자가 10여년 전 머물던 페샤와르중심가의 펄 컨티넨탈 호텔에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온 200여명의 기자들이 ‘21세기 최초의 대전’을 기다리며 진을 치고 있다. 하루 방값이 ‘싱글’ 200달러, ‘더블’ 250달러인데도 방을 구할 수 없다.

기자와 함께 이곳에서 지내며 아프가니스탄으로 숨어 들어가 취재했던 샤밈 샤히드 기자를 수소문해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그 때는 프런티어 포스트에서 근무했는데, 지금은 이슬라마바드에서 발행되는 영자 일간 ‘더 네이션’의 페샤와르 지국장이 되어있다.

그는 “아프간에서 첨단기술을 동원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전쟁의 양상이나 그걸 취재하는 방식은 10여 전과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상석기자

behapp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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