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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5공,6공,文民 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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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5공,6공,文民 그리고 지금

입력
200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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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5공비리’수사가 한창이었던 1989년, 나는 검찰청을 출입했다. 그리고 4년뒤 검찰에서 ‘6공비리’수사를 벌일 때는 정치부 기자로서 국회출입을 하고 있었다.다시 4년뒤인 97년 ‘문민(文民)비리’로 떠들썩하기 시작했을 때는 청와대출입을 막 마치고 워싱턴특파원으로 부임한지 한 달도 안 되는 때였다.

97년1월 한보가 부도나면서‘비리의혹’으로 떠올랐을 때 워싱턴서 가까운 사람들과 모인 저녁자리를 통해 두 가지를 예언했다(내 말을 입증해줄 증인이 적지 않다). 하나는 “김현철(金賢哲)씨가구속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보비리와는 관계없는, 사소한 건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몇 달의 우여곡절끝에 그는 ‘고교 선배 등으로부터 거액의 용돈을 받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다소 장난기 어린 일이었지만 이는 우연히도 그때마다 수사의 주변에 있으면서 ‘00비리’의 시리즈를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덕이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되풀이되어온 이 일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첫째는 비리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5공비리의 경우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지 1년이지난 뒤에, 6공비리는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물러나자마자 시작됐다.

그리고 문민비리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퇴임하기 1년 전쯤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대통령들의 레임덕이 빨라져서겠지만 대략 1년 정도씩 그 시기가 앞당겨져 왔다.

공통점도 있다. 언론에서 먼저 각종 의혹에 관한 기사를 봇물처럼 쏟아놓기 시작하면 검찰이 “사실확인 차원에서 조사하겠다”며 ‘하기 싫은 표정’으로 손을 댔다. 또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사들은 모두 구속됐다.

장세동(張世東)씨의 경우 훗날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지만 ‘00비리’와 관련된 인물로서 구속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예외다. 그리고 구속되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애당초 의심 받은 비리의혹과는 관련 없는, ‘비교적 사소한 일’에 묶여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같은 경험에 비추어볼때 최근 부쩍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의혹들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시점으로도 또다른 ‘00비리’가 터져나올 때가 지났고(이미 지난해의 ‘정현준게이트’부터 시작됐다는 관측도 있다) 상황적으로도 여러 조건이 충분히 성숙해있다.

우선 근본적으로 현정부가소수정권인 탓에 국정장악력이 떨어지는 데다 내년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야당의 압박이 더욱 거세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몇몇 언론이 현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과거 언론은 결코 ‘살아있는 권력’을 대놓고 비판하지 못했다. 그래서 옛날에는 ‘둑이 무너졌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언론이 일제히 ‘죽은 권력’을 공격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벌써 각종 ‘의혹 시리즈’를 보도하고 있다.

과거의 수사패턴을 보면검찰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쳤지만 권력이 살아있을 때는 손을 대지 못하다가 세상이 시끄러워지면 마지못해 ‘00비리 수사’를 시작하고, 잔뜩 판을 벌려놓은 다음 ‘면죄부식 수사’라는 평가와 함께 끝나는 일이 되풀이되어 왔다.

요즘 ‘이용호 게이트’에대한 검찰의 접근방식도 과거의 그것과 별 차이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단순의혹만 가지고 수사할 수 없다”는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소신은 평소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대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옳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수사의 시작은 미적거렸다. 그러다가 이제는 옛날처럼 ‘특별00본부’를 만들어놓고 수사인력을 보강하는 등 법석이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천둥번개가 한번 단단히 몰아칠 모양이다.

신재민 사회부장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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