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자문서용 개발언어(XML) 솔루션을 개발하는 씨오텍은 불과 30명의 직원이 지난해 103억원의 매출과 2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남보다 앞서 1998년에 세계 전자문서 표준으로 자리잡은 XML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1년6개월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덕분에 지금은 XML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을 확보, 대검찰청, 서울시, 미국 스탠포드대학 등 30여곳에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다음달에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 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안동수 사장은 “국내기업이 미국에서 핵심 기반기술로 성공한 사례가 없어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지만 기술력 만큼은 미국 선두업체들 못지 않기 때문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산업에 뛰어든 벤처기업들이 ‘벤처 거품’소멸에 따른 투자분위기 위축 및 장기 불황에다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쳐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디지털 강국’에 걸맞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은 요즘의 위기가오히려 기회다. 남보다 앞선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기술력은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외에는 이렇다할 만 한게 별로 없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초 세계 32개국의 3,500개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 1위인 품목은 D램 반도체 등 55개로, 일본(354개) 중국(306개) 대만(206개)보다 크게 뒤쳐져있다.
특히 미국(618개)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첨단산업인 IT분야의 기술력은 더욱 뒤떨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기술로 승부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계속하면서 관련 제품으로 세계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실제 일부 벤처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 국내외 시장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유무선 통신장비업체인 영우통신은 대표적인 기술벤처기업. 지난해 317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업체는 2005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한 ‘도전 2005운동’을 펼치고 있다.
1996년 소출력 무선호출송신기 개발, 97년 PCS용 중계기 개발, 98년 레이저 중계기 세계 최초 개발, 지난해PCS 3사 통합 지하철용 중계기 개발, 차세대 디지털 광중계기 개발, 중용량 광가입자장치 개발 등 이 업체의 개발 역사를 보면 이 목표가 결코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우통신은 내년부터는 일본, 중국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동통신단말기 개발업체인 모바일미디어텍은 이제 한 살을 갓넘긴 신생기업이지만 기술력 하나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3월말 개인정보단말기(PDA)에 휴대폰을 결합한 2.5세대 cdma2000-1x용 컬러 PDA를 개발,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2001 박람회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업체는 요즘 미국의 사이버레인과 국내 통신업체 등으로부터 주문이 쇄도, 공급물량을 대기에도 벅차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직원 31명 가운데 27명이 연구개발인력일 정도로 기술개발에 치중하는 이 업체는 5건의 기술특허, 1건의 의장등록, 3건의 상표등록을 갖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3억원이던 매출이 올해에는 15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앞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PDA 보급 및 미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선형증폭기를 개발한 넷엔시스는 관련 기술을 대만에 수출, 선(先)로열티로 30만 달러를 받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91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보다 5배 이상 신장했다.
또 PDA 게임 개발업체인 지오인터랙티브도 자사 게임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 PDA용 게임 전문업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일산일렉콤은 25건의 국내외 발명 및 실용신안특허를출원해 놓고 통신기기용 커넥터를 개발, 전체 매출의 70%를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지원팀장은 “외자유치 투자박람회를 찾는 해외투자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기술력 보유 여부”라며 “앞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는 결국 기술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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