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9월27일 프랑스의 시인 겸 평론가 레미 드 구르몽이 57세로 작고했다.노르망디의 오른에서 태어난 그는 26살에 파리로 가서 파리국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다가 33살때 필화를 입고 해직되었다.
문학사에서 구르몽은 시인으로서보다는 문예지 ‘메르퀴르 드 프랑스’를 중심으로 상징주의 이론을 펼친 평론가로 더 평가받지만, 그의 시들 가운데 두 편은 세계 여러 곳의 독자들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몬’이라는여성을 반복해서 부르는 이 시들 덕분에 구르몽은 흔히 ‘시몬의 시인’으로도 불린다.
그 가운데 하나는 ‘눈’이다.
“시몬, 눈은 네 목처럼 희다/ 시몬, 눈은 네 무릎처럼희다// 시몬, 네 손은 눈처럼 차다/ 시몬, 네 가슴은 눈처럼 차다// 눈은 불의 키스에 녹지만/ 네 가슴은 이별의 키스에만 녹는다// 눈은소나무 가지 위에서 슬프지만/ 네 이마는 밤빛 머리카락 밑에서 슬프다// 시몬, 네 동생 눈은 정원에 잠들어 있다/ 시몬, 네 눈은 내눈 그리고내 사랑.”
또 다른 시는 ‘낙엽’이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되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고종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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