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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생존의 사슬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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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생존의 사슬을 잡아라

입력
200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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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괜찮아요?"밤에 옆에서 잠자던 남편의 숨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을 때, 아내는 당황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직장에서 일하던 동료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쓰러졌을 때,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할까. 119구급대에 서둘러 연락해 빨리 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상식적인 대처방법 외에는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일부 환자는 119구급대가현장에 출동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급박한 상황일 수도 있다. 구급대 출동 시간은 대도시가 평균 4분 30초, 지방이 13분이라고 한다.

임경수서울중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응급실장)는 " 뇌는 산소공급이 중단된 지4분이 지나면 뇌손상을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호흡정지나심장마비 환자의 응급처치는 119가 도착하기 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응급처치는 의사나응급구조사의 몫으로 인식할 뿐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인명구조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초등학교 때부터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있는미국의 경우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20%, 병원 내에서 발생한 경우는 40~60%가 완전회복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병원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소생율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 수준이다. 1년 전 프로야구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못하고 있는 롯데 임수혁 선수가 대표적인 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만약 현장에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돼 있었다면 이런 불행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아쉬워한다.

◆119 신고

가족이나 직장동료가 갑자기 의식을잃거나 흉통, 호흡곤란 증세를 겪을 때, 혹은 심정지를 일으켰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문제는 응급의료진이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3~4분이다. 임 교수는 "목격자에 의한 조기 심폐소생술은 환자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소생의 사슬(chainof survival)의 일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설사 심정지 상태가 아닌 환자를 심정지상태로 잘못 판단,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더라도 큰 해는 없다. 8세 미만어린이의 심정지는 심장질환보다는 무호흡증이나 쇼크에 의해 주로 발생하므로, 119에 전화하기 전 1분간 심폐소생술 즉 인공호흡과 흉부압박을 실시해야한다.

◆기도 유지

심폐소생술의 첫 단계는 기도 유지다.의식이 없는 환자는 전신의 근육이 이완되므로 기도가 폐쇄될 수 있다. 환자의 머리를 뒤로 제치고 한쪽 손으로 환자의 턱을 약간 들어 올려 주면이완된 혀의 근육이 당겨져 올라가면서 기도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외상에 의한 심정지는 어설픈 응급처치보다는 빠른 병원 이송이 더 낫다.

심폐정지를 일으킨 손상을 신속히 치료하지 않는다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환자를 잘못 움직이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경추가 손상될 수있으므로 초기 발견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흡 확인과 인공호흡

약 10초간 환자의 호흡유무를 확인한다.눈으로는 흉곽의 움직임, 귀와 뺨의 촉감을 통해 환자의 숨소리를 살핀다. 환자 스스로 호흡하는 것이 확인되면 환자를 옆으로 눕히고 입안의 침 등이흘러나올 수 있도록 한다. 구조자와 환자의 입을 완전히 밀착시키고 한 손으론 환자의 코를 막고 인공호흡 1회에 약 2초 간 공기를 불어 넣는다.다음 2초간 환자의 코를 개방하고 환자가 숨을 내쉴 시간을 준다.

임 교수는 "보통 구조자가 내쉬는 숨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아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내쉬는(환자에게 불어넣는) 숨에도 산소가 17~18%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시 환자의구토물이나 타액이 묻지 않도록 고안된 보호용 비닐 상품(Kiss of Life)을 이용하면 간염이나 AIDS 감염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흉부압박

흉부압박을 실시하기 전 정확한 흉부압박점(그림 2)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중요하다. 흉부에 한 손을 올려놓고, 그 위에 다른 손을 겹치고 깍지를 껴서 구조자의 손가락이 환자의 가슴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흉부를 압박하는 동안 구조자의 손가락이 가슴에 닿으면 늑골골절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흉부압박은 성인의 경우 흉곽이 4~5cm정도내려가도록 압박한다. 압박하는 빠르기는 3초에 5회 정도가 적당하다. 보통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하고 맥박을 확인한 다음, 흉부압박을 15회 정도실시한다. 즉, 인공호흡 2회에 6-8초, 흉부압박 15회에 10초 정도 걸리는데, 구급차가 도착할때까지 반복한다.

◆제세동술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제세동(制細動)을 실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지만, 부정맥 등으로 인한 심장마비 환자에게는 조기 제세동이야말로 생존률에 가장 큰 영향을미친다. 최근엔 자동 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질 때 '퍽' 하고 전기 충격을 주어맥박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의료장비)가 나와 있어 환자에게 전극을 붙여놓기만 하면 환자의 심전도를 판독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외국에는경기장, 백화점, 극장, 호텔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요 시설에는 심장쇼크 환자 발생에 대비, 자동 제세동기가 설치돼 있다" 면서" 자동 제세동기 이용이 우리나라 의료법 상에는 의료행위로 간주돼 일반인의 사용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GoodSamaritan's Law'라는 법에 의해 긴급한 상황에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런 법적 보장은 세계적추세다.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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