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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헛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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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헛돈다

입력
200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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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공급과다문제를 해소,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자사주 매입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일부 대주주의 물량털기 기회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증시부양 등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대폭 완화한 가운데 거래소와 코스닥 기업의 자사주 매입 결의가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회사 자금으로 장외 매수, 임원들은 물량털기

컴퓨터 및 이동통신단말기용 전자파 대응칩을 제조하는 쎄라텍은 지난 8월 임시주총에서 총 발행주식 1,330만주의 13%에 해당하는180만주를 주당 2만원에 장외에서 공개 매수, 소각키로 결의했다. 당시 쎄라텍 주가는 1만6,000원대로 일반투자자는 장내에서 매입, 장외에서팔면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이후 쎄라텍 주가는 전세계적인 폭락장에서도 1만6,000원~1만7,000원의 견조한 흐름을 보였고 지난21일 마감된 한달 동안의 공개매수 청약결과 또한 1.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6일쎄라텍 주가는 장이 열리자 말자 하한가로 추락, 1만2,5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공개매수 기간중 일부 임원들이 총 21만주가 넘는 물량을 대거처분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쎄라텍은 회사 돈으로 임원들의 주머니만 채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떠안은 셈이다.

증시 일각에선쎄라텍이 장내 매수가 아닌 장외 공개 매수 형태를 취한 것 자체가 인위적인 주가 부양 등의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자사주 소각을 위한 것이라면 장내 매수를 제쳐두고 30%나 비싼 가격에 장외 매수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봇물, 효과 미지수

정부가 지난 21일 자사주 매입제한 조치를 완화한 뒤 최근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엔 자사주 매입이 하나의 유행처럼 확산되고있다. 종전에는 동시호가 주문때만 가능했고 하루중에 취득할 수 있는 자사주 물량도 총 주식수의 1%로 제한을 받았으나 21일 이후 이러한 제한이모두 해제됐기 때문.

이에 따라 21일 한국대동전자공업, 한국코아, 지누스, 한국포리올이 자사주 취득이나 자사주 취득 연장을 결의했고 24일에도나자인과 케이이씨가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 이외에도 디피씨, 현대모비스, 신성이엔지, 동아타이어 등이 최근 자사주 매입을 결의하는 등 최근 시장에선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왕따가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리젠트증권 김경신 상무는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여유 자금을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등의 기업 본연의 업무에 쓰는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가 하락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쓰는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가 오르면 기업은 본업이 아닌 주식 투자로 돈을버는 셈이 되고 주가가 떨어지면 결국 기존 주주들과 소액 투자가의 몫이 되는 것이어서 장점보단 폐해가 더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K기업의 경우 무려 1,000억원대의 자사주 매입을 했지만 주가는 평균 매입단가의 3분의 1수준으로 폭락, 속앓이만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인위적인 주가 부양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라며 “자사주 매입을 무조건 호재로 보고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위험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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