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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십자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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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십자군 전쟁

입력
2001.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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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전쟁 행위에 흔히 신성(神聖)을 부여하는 것은 동서고금이 마찬가지다. 원시 부족들이 사냥이나 전투에 앞서 주술 의식을 베푼 데서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피 흘리며 죽이고 죽는 것을 무릅쓰도록 부추기고 인간의 선한 본성에서 나오는 죄의식을 씻어주는 집단 최면 효과를 얻는셈이다.

그 수단이 반드시 무속이나 종교는 아니다. 근대이후 민족 국가들이 국기와 국가 등 애국심의 상징을 이용하는 것도 근본은 비슷하다.

■전쟁을신성화한 대표적 사례는 십자군 전쟁이다. 11세기 말부터 2백년 가까이 서유럽 기독교도를 집단 최면시킨 십자군 원정은이슬람에 빼앗긴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한다는 종교적 이념을 통해 성전(聖戰)이 됐다.

그러나 그 실체는 봉건 영주와 기사들의 영토 지배욕과 상인들의경제적 야심, 농민의 압제 탈피 욕구가 어울린 중세적 식민 전쟁이었다.

특히 이런 정치적 동인의 이면에는 모험심과 약탈욕 등 잡다한 동기가 작용했다는후세 사가들의 평가다.

■이를 모를리 없는 로마 교황청은 신성한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1045년 짐짓 인도적 전쟁 수행을 명한 나르봉 칙령을 선포했다.

성직자와 여성, 순례자, 상인, 농민, 교회, 묘지, 가축, 올리브 나무 등 비전투 요원과 민간시설은 공격하지 말라는 교시였다.

그러나 1099년 예루살렘에 입성한 십자군은 무슬림과 유대인까지 남김없이 살육하고 모든 것을 불태웠다. 십자군 기사들은 살육의 환희에 겨워 울부짖고,인육을 요리해 먹었다는 기록까지 있다.

■이 광기어린 잔혹성을 농업화에 따른 기사 계층의 욕구불만해소로 본 인류학자도 있다. 과거 사냥 원정을 통해 신분과 힘을 과시하던 기사들이 십자군 전쟁에서 억눌린 욕구를 분출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선에 가린 잔혹성이 이슬람의 관용 정신마저 허물었고, 오늘날 서구를 향한 성전을 외치는 근본이 됐다는 지적이다.

그 회교 성전의 표현인 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서구가 다시 벌이려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분명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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