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테러이후, 新인종차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테러이후, 新인종차별

입력
2001.09.26 00:00
0 0

뉴욕 증시가 재개장 엿새 만에 반등한 24일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인근에서 탄 택시의 운전기사 압둘 카데리(36)는 이집트 이민자였다. 그는 참사 현장을 보며 “오사마 빈 라덴이 왜 엄청난 테러를 저질러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테러와 보복, 전쟁, 애국이라는 단어가 삶을 뒤덮고 있는 지금 미국에서 이슬람인들은 한결같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나는 선량한 미국 시민”이라고 강조한다. 테러리스트와 구별해 달라는 이 말에는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다. 이슬람계 택시 기사들이 저마다 자동차에 성조기를 매달고 다니는 것도 ‘테러와 관계 없다’는 호소와 다름없다.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이슬람 사원 습격과 차량 방화, 폭행 등 크고 작은 보복이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에는 인도 출신 시크 교도가 턱수염과 터번 때문에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총을 쏜 범인은 “희생자를 대신해 보복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슬람계라는 이유로 비행기 탑승을 거절 당한 사례도 5건이나 되고,수천 명이 당국의 ‘표적 수사’에 시달린다.

이처럼 인권 침해는 물론 법적 권리마저 짓밟힌 사례가 허다하지만 사상 최대의 테러를 당한 미국 사회에서 이슬람에 대해 “옳지않다 해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인종차별의 대상이었던 흑인들도 “그들을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 인종 차별과 투쟁해 온 미국의 역사는 간 데 없고 테러와의 전쟁에 따른 21세기형 인종차별이 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미국 정부가 빈 라덴과 아프간을 응징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동안 새로운 인종 차별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종수 국제부기자

j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