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갑니다. 동해안의 작은 도시입니다. 버스나 열차표를 예매하는 데 워낙경쟁력이 없는지라 승용차를 이용합니다.평소에는 4시간 30분 정도만 차를 달리면 파란 파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가 때이니만큼 ‘따블’로계산하는 것이 마음 편하겠죠.
지난 설 연휴에는 1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내와 아이는 덕분에 잠을 실컷 잤지만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그렇지만 또 갑니다.
명절 대이동은 한국과 중국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가족 모두 예쁜 옷을차려 입고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아 나섭니다.
그 모습을 서양인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잘 아는 한 미국인은 “집단 최면에 걸린것 같다”고 했습니다.
논리적 사고로는 풀이가 되지 않습니다. 전혀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바다로나갔던 연어가 수 만㎞를 헤엄쳐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듯이 그것은 본능적이면서도 거대한 ‘끌림’입니다. 도저히 거역할 수 없습니다. 평소보다 10배, 100배의 고생을 하더라도 갑니다.
몇 시간씩 옴짝달싹 못하는 차에 앉아있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을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통스런 얼굴이 아닙니다.
대부분 즐거운 표정입니다. 차가 막히는 것은 당연한 것, 그렇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고향 생각에웃음이 번집니다.
손주의 이름을 부르며 사립문을 열고 뛰어나오실 부모님, 그리웠던 마을길, 코흘리며뛰놀던 모교 운동장에서의 동창회, 욕까지 섞어가며 걸쭉한 입담으로 해후할 옛 친구들, 입에 쩍쩍 붙는 고향 음식 등등.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고향에서의 행복이 벌써 한가득 담겨있습니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위대한 끌림’입니다.
벌써 자동차도 손봤고 연료도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물론 부모님께 드릴 자그마한 선물도 마련했지요.
지금 고향으로 가는 길 양쪽은 말 그대로 ‘황금벌판’입니다. 하늘은 어찌 그리 높고 푸른지. 아름다운 고향에서 아름다운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권오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