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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對테러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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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對테러전 체험기

입력
200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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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전 부대를 對테러 부대화 해야"조남풍 前보안사령관

”미국의 테러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분단상황에다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행사 개최를 앞둔 우리나라도 대(對)테러 전력을 증강시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육군 작전참모부장과 보안사령관 및 1군사령관을 지낸 조남풍(趙南豊?63) 예비역 대장. 현재 동국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그는 “대규모 전쟁의 경우 병력 현장투입 등 대처방안이 오히려 단순하지만 ‘얼굴없는 전쟁’인 테러는 그렇지 못하다”며 군의 대테러 전력보강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현역시절 작전통으로 손꼽혔던 조 교수는 “미 테러사태는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 주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각에서 우리의 군 시스템에 대해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의 대테러 전력 극대화를 위한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특전사, 특공대대, 특공연대 등 비정규전에 대비해 운용되고있는 부대의 대 테러부대 전환이 골자.

즉 이들 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본연의 정규전 지원기능 외에 대테러 전문부대와 동일한 훈련과정을 보강하는 등 테러진압 임무를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것.

“비정규전 부대의 대테러 부대화 등 새로운 차원의 대비전략 수립과 함께 이를 위한 충분한 예산의 뒷받침이 시급합니다.”

조 교수는 또 우리 현실이 다른 어느 서방국가들 보다도 훨신 좋지않은 여건에 처해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긴장상태인 남북관계를 항시 고려해야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가라는 위치 때문에 회교국 등으로부터의 예기치못한 테러도 염두에 둬야 할 때가 됐다”는게 그의 ‘이중(二重) 대 테러 준비’의 논거다.

그는 교육사령관 재임 당시인 1991년 5월 한미 육군 공동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태평양지역 육군관리세미나에 공동 대회장 자격으로 참석,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주변 적대국의 간섭, 소수민족이나 혁명세력에 의한 테러 등 안보상 허다한 문제에 봉착하고있다”며 대테러 전력 강화를 일찌감치 역설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섬뜩한 말 한마디를 건넨 뒤 인터뷰를 끝냈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발 비행기가 납치돼 청와대로 돌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까?”

1998년 10월29일 전남 순천 일가족 인질범 진압

■"총쏘면 가스통 폭발위험 발차기 한방으로 제압"

경찰 특공대 전병주(田秉主ㆍ29)경장

“비상 상황 발생, 대기조전원은 헬기장으로 집합하라”

낮 12시35분, 점심을 마치고 비상대기실에서 들어서는 순간 사이렌과 함께 다급한명령이 떨어졌다. 팀원 9명이 개인 장비를 챙겨 헬기장에 도착하기까지 소요시간은 단 5분. 검은색 벨412 헬기가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둔탁한발진음을 내고 있었다.

핼기에서 팀장이 현장상황을 브리핑했다. “순천도심 4층 건물에서 40대 남자가 세집 주인 일가족 3명을 감금, 대치 중이다. 남자는 준비한 LP가스통 3개를폭발시킬 테세다.”

1시간만에 현장에 도착해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오전에 전남경찰청 특공대원들이작전을 시도했으나 실패, 서울의 우리 팀에 지원을 요청한 것.

건물 앞에는 주민 수백명과 기자들이 몰려 혼잡이 극에 달해 있었다. 3층 창문 너머로언뜻 보이는 표정없는 남자의 손에 30㎝가량의 사시미칼이 번득이고 있었다.

현장을 파악한 뒤 즉각 작전회의를 열었다. “총기를사용하면 LP가스통이 폭발할 위험이 있다. 총기류는 일체 휴대하지 말고 진압봉만으로 검거한다.”

4시13분, 귀에 꽂은 리시버에서 팀장의 나직한 “고(Go)“ 명령이 떨어지자 사다리를 타고 건물 뒤편으로 은밀히진입했다.

거실문을 열어 젖히자 연기 자욱한 방안에서 범인이 “모두죽여버리겠다”고 소리지르며 시퍼렇게 날이 선 사시미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거실 한구석의 LP가스통에는불이 붙은 헝겊이 타들어가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로 사시미칼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가격하자 그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범인을 들쳐업고 정신없이 건물을 나서자 카메라 플래쉬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다른 팀원이 LP가스통의 불을 끄고 아래층에있던 일가족을 무사히 구출해 냈다. 진입에서 상황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1996년 9월18일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해치 여는순간 초긴장 몇발 맞아도 응사해야지"

UDT/SEAL 해상대테러팀 Y 원사(당시 상사)

새벽 5시30분. 집의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실전상황입니다. 지금 당장 부대복귀 하십시오.”부대 상황병의 목소리에서 황급함이 묻어났다.

1분만에 전투복을 차려입고 부대까지 5분거리를 한걸음에 내달렸다. “북한 유고급 잠수정(후에 상어급 잠수함으로 밝혀짐)이 강릉에 출몰했다.

잠수함 내부에는 폭약이 장착되었을가능성이 높다. 즉각 출동한다”브리핑은 간단했다. 출동준비를 끝낸 팀원들과 함께 UH-60 헬기에 오른 것은 6시를 조금 넘어서 였다.

현장은 긴박했다. 해안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지점, 넘실대는 파도위로 잠수함 동체의 3분의 1 가량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 지휘관이작전을 하달했다.

잠수함 내부에 침투, 생존자 유무 및 내부사정을 파악, 보고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 작전팀을 1진과 2진으로 갈랐다. 1진의잠수함 진입을 2진이 엄호하고 1진 ‘폭살’시 2진이 곧바로 진입한다는 시나리오.

해안은 암벽투성이인데다 파도가 거세 고무보트를 내릴 수가 없다. 한참 떨어진 해수욕장까지 이동, 우회 접근하는 경로를 택했다.

목표물 10m 전방에서 보트를 멈췄다. 입수(入水). 조용히, 그러나 기민하게 물살을 갈랐다. 잠수함 해치가 눈에 들어왔다.

해치를 여는 순간,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올 수도, 폭약이 터질 수도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졸병시절부터 줄곧 지켜온경험칙. 한 손에 소총을 파지하고 과감하게 손잡이를 돌렸다.

내부는 칠흑같이 검고 적막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섬광이 일며 총탄이 날아들지 모를 일이다. ‘신경계통을 관통 당하지만 않는다면…몇 발 맞더라도 바로응사(應射)하리라.

’ 불과 십여m 길이의 잠수함 내부를 수색하는데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내부에 적은 없었다.

그리고 AK 소총 몇 정, 통신기, 수류탄 등 적이 도주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그때서야 등에 흐른 식은 땀이 느껴졌다. 해안에 상륙, 지휘부에 적이 도주했음을 보고하는 것으로 상황은 끝났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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