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워싱턴ㆍ뉴욕 테러 연계 증거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의 명분을 확고히 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은 지금까지 빈 라덴이 ‘최우선 혐의자’라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이슬람 국가들의 요구에 대해 “그가 테러의 배후”라는 단정식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따라서 증거를 가까운 시일 내에, 그것도 문서 형태로 내놓겠다는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의 발언은 단정을 뒷받침할 증거가 확보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 수사당국은 그동안 ▦2000년 미 구축함 콜호테러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대사관 폭탄 테러 ▦1993년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동차 폭탄테러 등에 연루된 알 카에다 조직원들과 이번 테러범들과의관계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따라서 파월 장관의 언급은 이들간 연계 고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빈 라덴의 현상금을 3,000만 달러로 올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알게한다.
이와 관련,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4일 “행정부 내에서 증거 공개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며 “증거가 공개될 경우 정보수집 과정과 정보원이 노출될 수 있다는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반대론에도 불구, 공개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 명분을 부여하는 게 비밀을 유지하는것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공개의범위와 시기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공개에 찬성하면서도 “수사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공격의명분을 살리는 데 필요한 만큼의 제한적 정보공개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개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아프간 공격 시점과 직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프간 공격의 직전이나 공격과 동시에 증거 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무엇을 공개할 수 있을지를 막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실제 문서공개까지는 시간이 걸릴수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미국은 11일 테러 발생 직후 첩보위성을 통해 빈 라덴의 부하 2명이 휴대폰으로 "표적 2개가 명중했다"는 내용의 통화를 감청했다고 영국 타블로이드판 더 선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영국이 빈 라덴을 테러공격의 배후로 믿게 된 결정적 단서 가운데 하나가 이 감청 내용이라고 전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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