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경제를 견인할 동력으로 회자되던 정보기술(IT) 등 디지털 산업이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전 세계적인 IT산업의 침체 탓도 있지만 한국 디지털 경제가 내포한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디지털이노베이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일보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21세기를 이끌어갈 산업으로 각광받던 정보기술(IT) 경기의 전세계적인 침체현상으로 세계 각국이 ‘IT 공황’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 재도약의 희망을 IT벤처와 디지털 산업에서 찾던 국내 경제도 벤처 열풍 2년여만에 암울한 상태로가라앉아 IT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마저 고개를 든다.
그러나 불황의 늪을 뚫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는 부가가치가 높고 지식집약적인 디지털 산업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는 거부할 수 없는 조류여서 이에 빨리 적응하는 기업과 국가만이 새로운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아닌 반도체 경기의 침체를 시작으로 올해 IT산업은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이 45%가량 위축되자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던 통신서비스 및대형 장비업체 조차 투자를 축소, 관련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 원인은 IT 관련 기업들이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 네트워크 보안이나 셋톱박스, 이동통신 중계기 등 ‘돈이 된다’는 사업에 기술력도 갖추지 못한 수십개 업체가 몰려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였다.
연 1,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산업에 200개 가까운 업체가 난립하고, 셋톱박스와 중계기의 경우 중국 중동 등 외국시장에서 국내 업체끼리 출혈 덤핑경쟁을 벌여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전문가들은 국내 IT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치밀하고도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시적인 효과를 노리고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투자를 축소하는 등 긴축경영을 벌일 경우 재도약의 희망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스코시스템스와 모토로라, 에릭슨 등 대형 IT업체를 중심으로 감원과 투자축소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인텔은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지난해 67억달러에서 올해는75억달러로 늘렸고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올해 IT 관련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30억달러로 책정했다.
■성공적인 디지털화가 관건
‘디지털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IT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정부와 민간 부문의 조속하고 성공적인 디지털화가 필수다.
산업의 디지털화는 자재구매와 생산관리, 마케팅 및 고객관리 등 기업의 활동을 단순히 e비즈니스화한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기업 경영방식과 조직까지 바꿔놓고 있다.
일본 최대기업 NTT도코모의 오보시 고지(大星公二)회장은 “디지털화는 기업의 존재 의미를 볼륨(Volume)에서 밸류(Value)로 바꾸는 것”이라며“생존을 위해 기업은 크기, 매출 등의 양적 개념에서 벗어나 가치경영과 창의성, 수익성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화도 신속하게 추진해 전자정부, 나아가 디지털 정부의 확립을 앞당겨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전자정부법 발효로 내년부터 대민 서비스가 전자화하는등 전자정부 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지만 정부 내부를 들여다보면 5~10년 이후의 청사진도 없이 내년도 과제만 마련돼 있는 등 허점도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 강국 꿈이 아니다
한때 ‘IT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일본은 5년내에 IT강국이 된다는 목표아래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5년까지 4,300만 가구에 초고속통신망을 깔아 인터넷 보급률을 60% 이상으로 올리고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시장을 70조엔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추격에 이어기술 수준이 높은 일본의 디지털화 선언은 국내 기업과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에 비해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떨어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IT산업에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원천기술에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글로벌 마켓을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노하우의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신일순 연구위원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IT활용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하는 한편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며 “기존 발전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지식에 대한 투자와 함께 기업은 물론 정부혁신을 통한 디지털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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