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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무신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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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무신 검사

입력
200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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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4월 감사원 전신인감찰위원회가 당시 상공부 장관 임영신을 횡령 사기 수회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검찰은 우선 수회 혐의가 드러난 임장관 여동생을 구속했다. 제헌의회선거당시 임장관 선거사무장으로 일하면서 뇌물을 받아 선거비용으로 쓴 혐의였다.

임장관은 다음날 여동생의 아이를 안고 경무대에 들어가 “애기엄마를 구속하다니 이럴 수가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이승만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불러즉시 석방을 지시했다.

■법무장관은 감찰총장을 불러 같은 명령을 내렸으나, 검찰총장은 서울 지검장에게 그러지 못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석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식으로 타진해보는 정도였다.

지검장이 난색을 표하자 총장은 다음날부터 아프다는 핑계로 자리 깔고 누웠다. 구속 후9일간의 총력수사로 증거를 확보한 지검장이 총장 체면을 보아 석방에 동의하자, 총장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장관을 기소하는 문제로또 충돌하게 된다.

■대통령이 총애하는 ‘실세장관’ 기소 문제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장관 기소가 법무장관 승인사항이란 규정을 들어 법무장관은 기소유예를 지시했다.

그러나 지검장은 기소여부는 검사의 직권이라는이유로 불복, 8가지 죄목으로 기소를 강행했다.

이 파동으로 검찰총장이 고검장으로 좌천되고 고검장이 총장으로 임명되는 해괴한 인사가 뒤따랐다.법무장관이 사임하고, 결국 임 장관도 물러났다. 이 용감한 검사 이름은 최대교(崔大敎)였다.

■그는 김 구 선생 암살사건 때 검찰총장이 한독당 간부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자신도 모르게 청구한 데 대한 항의로 사표를 내고 낙향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한독당 내분과 사건을 연계시키려는 정권의 음모에 대한 항거였다.

고무신 검사, 누릉지 검사, 대꼬챙이 검사 등 많은 별명을 가졌던 그는 현역 변호사로 일하다 92년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오래 묵은 책을 꺼내 읽으며 법조의 큰 어른을 추모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그리운 이름이 아닌가.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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