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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보화사업 입찰'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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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보화사업 입찰' 파행

입력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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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보화사업과 관련한 정부 기관의 각종 프로젝트 입찰이 불투명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특정 외산(外産) 업체와의 담합 의혹을 받는 등 파행이 잇달고 있다.이 때문에 국내 중소 벤처업체들이 입찰 기회마저 문전 봉쇄당하고 있어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으로 형성한 정보기술(IT) 시장이 국내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행정자치부 산하 한 외청은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입찰 기술평가 심사위원(총 6명)에 업계 대표를 위촉해 논란을 빚었다.

I사로 알려진 이 업체는 전자문서관리와 지식관리 등 외국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수입ㆍ공급하는 에이전시여서 독자 프로그램을 개발ㆍ시판하고있는 토종 솔루션업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심사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개찰 결과, 이 프로젝트는 공교롭게도 I사의 전문협력업체 제품을 채택한 업체에 낙찰됐다.

업계 관계자는 “학계 등 공정한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인 기술평가 심사위원단에 업계 대표가 참여하면서 토종업체는 안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아 상당수 국내업체들이 응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법무부의 20억원대 지식기반사업 프로젝트 역시 값비싼 외산 프로그램을 채택한 삼성SDS에 낙찰됐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응찰 전부터 법무부가 특정 외국업체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說)’이 업계에 유포됐다.

결국 대형 시스템 통합업체(SI)와 컨소시엄을 추진했던 토종 업체들이 모두 탈락했고 이 프로그램을 채택한 대기업 3사만이 기술심사에 통과했다.

EDMS 전문 솔루션업체인 A사 고위관계자는 “외산 제품도 많고 경쟁력이 검증된 국산 제품도 많은데 기술심사 통과업체 모두 동일한 고가(高價)프로그램을 채택했다는 것은 입찰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SDS의 경우 독자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번 입찰에서 스스로 외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6년 전부터 삼성 계열사 등에서 상용화해온 제품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성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외산 제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삼성SDS측도 최근 이 제품의 시장 확대에열을 올려왔다.

이 회사 EP사업팀 김용배 팀장은 “발주처의 선호도에 따라 심사에 유리한 소프트웨어를 채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EDMS는 대용량 안정성이 우선 조건이지만 국내 제품의 경우 시장연륜이 짧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그러나발주 당시 특정 제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 해 말 서울시의 동일 입찰에서도 외산업체와 중복 컨소시엄을 맺은 업체가 입찰에 통과됐다가 나머지 업체들의 항의로 유찰 처리됐다가 2차 입찰에서 그 업체가 다시 낙찰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내 솔루션 업계에서는 “정부가 매년 원천기술 국산화 및 수입대체 사업에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국산 제품의 안정성 보험까지 들어가며 시장 진입에 힘을 쏟으면서, 토종 제품의 공정 경쟁 기회마저 박탈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수년 전부터 출시해 온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정부 스스로 믿지 않는 현실에서 중소 벤처기업이 설 땅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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