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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독자/ 美테러 객관적 보도 미흡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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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독자/ 美테러 객관적 보도 미흡했는데...

입력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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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러보도가 연일 신문ㆍ방송을 뒤덮었습니다. 생생한 정보는 많았지만 정보마다 내용이 엇갈려서 오히려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습니다. 국내 언론이 이렇게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또 대안은 무엇일까요.서지연ㆍ26ㆍ광주 동구 산수1동

▶ 9ㆍ11 미 테러사태 이후 두 주일간 관련보도가 방송과 신문을 메웠습니다. 하지만 테러발생과 전쟁선포 등 급박한 뉴스전개 속에 속보전 경쟁을 치르다보니 무차별적인 영상의 활용 및 확대보도로인해 선정성과 상업성이 두드러졌습니다.

영국 BBC방송이 테러 당일부터 스튜디오에서 전문가들의 상황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을 생각하면 이같은 선정성은 언론인의 의식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도 미국 신문들은 신중론을 제기하기 시작한 반면 미국 TV의 논조는 여전히 보복론 일변도입니다.

한국언론재단의 박홍원박사는 “영상은 자극의 강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하는 성향이 있다”며 “사태의본질이나 원인의 파악보다는 자극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영상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복전쟁 보도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중에서 국내 언론사들이 기본적인 게이트키핑능력을 상실하고 중계식 보도로 일관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전쟁 시나리오 및 주변국움직임의 향방에 관한 보도를 하며 외신 출전(크레딧)조차 없는 추측보도로 사실과 의견의 구분마저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이것은 우선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미국 일변도의 현장 기사를 받아쓸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양대 이재진교수는 “1898년 미군함의 테러로 인한 폭발이 시발이 됐던 미국과 스페인간의 전쟁의 실제 발발원인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어느 미국 일간지의 오보 때문이었다”며 “파나마ㆍ그라나다침공 및 걸프전과 같은 국가적 위기시에는 정부의 보도통제 및 위기에 대한 암묵적 동조로 미국 언론계에서 보수-진보간 의견차이조차 사라지는 경향을 보여왔기중계식 보도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ㆍ경제 보도 비중이 커지면서 과거 조순환, 리영희씨 같은 역량있는 국제 에디터가 사라진 것을 구조적인 이유로 들면서 24시간 뉴스를 생산해야하는 CNN이나 많은 정보를 공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통신을 사실여부를 가리지 않고 여과없이 중계식으로 보도한 데에는 선정적 상업주의도 한몫 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이재경교수는 “사실과 의견을 혼동해서 보도하기 시작하면 기본적인 정보처리과정에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며“세계화의 진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외신처리에서의 기본적인 판단과 입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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