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방학에 연구소에 있는한국인 선배들과 중국엘 다녀왔다. 첫날 아침에 중국 친구들이 우리를 그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어떤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 식당에서는 중국 북방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흔히 먹는 ‘ 餠(병)’과 여러 가지 반찬과 죽을 팔았다.하지만 식당의 구조,실내 장식, 음식 파는 방식이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이나 맥도널드 등 서양 패스트푸드점과 너무 비슷하고 바로 이 때문에 한국인 선배들은 신기해했다.
서양의 패스트푸드가 들어온 후 한국 사람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불고기 햄버거, 라이스 피자 등등을 개발했지만 중국 사람들은 거기에 그치지않고 아예 중국인 입맛에 맞는 중국 음식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서양 분위기를 결합시켜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든 것이다.
서양식 중국 식당뿐만 아니라 중국 음식을 햄버거 모양으로 개조해서 만든 ‘중국식 햄버거’를 파는 음식점이 베이징에서 미국 패스트푸드점과 겨룬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기서 진정 하고 싶은 얘기는 햄버거와 피자가 아니라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백년 전에 서양의 군함이 동양의 대문을 강제로 열었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중국이든 한국이든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게 됐고 서양을 적극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배우는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의 태도가 다르다. 중국은 서양 문화를 받아들일 때 기본적으로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걸 골라서 배우고 중국의 상황에 맞게끔 서양문화를 ‘중국화’시킨다. 전에 문학 이론을 연구하는 어떤 한국인 선생님이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서양 이론이 중국에 들어가기만 하면 중국 사람에 의해서 너무 많이 변해서 항상 ‘사이비’가 된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음식은 물론 선생님이 얘기한 학술이론, 많은 사회제도들 과 ‘중국식사회주의’라는 중국의 발전방향까지 중국이 서양한테 많이 배웠지만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많은 한국인들이 중화민족의 자존심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실은 간단히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지식인층은 전통 문화와 서양 문화를 두고 거의 백년 동안 고민해왔다.
그렇게 해서 ‘전통문화 부흥론’ ‘비판계승론’ ‘서체중용(西體中容)론’(중국의 몸을 서양의 몸으로 변신시키고 거기에 중국옷을 입힘)‘철저재건론’ 등의 이론이 나왔고 서양을 비판하면서 배우고 전통을 비판하면서 계승한다는 주장이 주류가 됐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은 외래문화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인은 보편적으로 아주 강한 ‘계층상승’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를 빨리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만 바라보면 자신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영어 어휘가 1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어, 영어를 쓰면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 대학내 서양식 건물들, 문제가 생기면 선진국 사례부터 나열하는 보고서, 선진국을 그대로 베낀 제도들….‘언제 선진국과 똑같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한국을 보고 ‘한국만 가진 것’을 배우러 온 유학생인 내가 당황하고 실망한 때도 많았다.
달리 보면 한국이중국보다 더 겸손하고 더 빨리 배우는 학생이라 할 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다 거친 선진국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 발전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중국과한국 중 어느 나라의 방식이 맞다고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양쪽 방식이 다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중국 사람이고 중국의 방식에 익숙해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한테 자꾸 중국의 방식을 소개하고 싶을 때가 많다.
왕샤오링 중국인ㆍ경희대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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